직장인 4명 중 1명 "회식·음주 강요 당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이미지투데이 제공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이미지투데이 제공

 

#1. "이사장님이 금요일 퇴근 후에 회식을 강요하고, 회식에 참여하지 않으면 그 직원만 보너스를 주지 않아요. 주말이나 쉬는 날에는 직원들 전부 함께 타지에 여행을 강제로 참여하게 하며 이 또한 불참하면 불이익이 돌아오구요." (A씨, 2024년 10월)

 

#2. "회식 자리에서 ‘속이 안 좋아서 안 먹겠다’고 하는데도 '술 주는 사람이 너 속 안 좋은 거까지 신경 쓰면서 술 줘야 되냐'고 하면서 술 가져오라고 합니다. 녹취했는데 강요죄나 협박죄 성립이 가능할까요?" (B씨, 2024년 8월)

 

#3. 회사에서 1박2일 야유회를 가는데 장기자랑을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없다, 못한다’ 얘기해도 무조건 신규입사자는 다 해야 된다며 ‘소주 1병 원샷이라도 해라, 그냥 노래나 불러라’ 등등 말합니다. 저는 평소에 친구나 가족들과도 노래방 같은 곳에 안 가는 성격이고 모두 앞에서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C씨, 2024년 6월)

 

직장인 4명 중 1명이 회식에서 음주를 강요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50대·남성·관리자'는 회식과 음주에 관대했고, '20대·여성·일반사원'은 민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 추진위원회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일부터 10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직장인 회식실태 및 음주 강요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28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다.

 

직장갑질119 제공
직장갑질119 제공

 

먼저 이번 조사에서 '최근 1년 동안 회사나 부서에서 얼마나 자주 회식을 하는지'를 물어본 결과, 응답자의 43.7%가 ‘연 1~10회’를 꼽으며 1위로 답했다.

 

이어 ‘없다’(24.4%), ‘월 1~3회’(19.4%), ‘주 1~2회’(10.8%), ‘주 3회 이상’(1.7%) 등 순이었다.

 

회사나 부서에서 회식을 한다는 응답자(756명)들에게 회식 시기를 물어보자 ‘업무시간 이후에’가 71.4%였고 ‘업무시간 이내에’가 23.1%였다.

 

회식 장소 및 메뉴는 ‘직원들이 의견을 모아서 결정한다’가 61.0%로 높게 응답됐다. ‘사용자나 부서장이 결정한다’는 응답이 33.7%였다.

 

응답자 특성별로 보면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에서 ‘사용자나 부서장이 결정한다’는 응답이 44.4로 가장 높았으며, 여성(40.0%)은 남성(29.0%)보다, 20대(39.4%)·30대(38.9%)는 50대(28.2%)보다 높게 나타났다.

 

직장갑질119 제공
직장갑질119 제공

 

또 회사나 부서에서 회식을 한다는 응답자(756명)들에게 회식 자리에서 음주를 강요당한 적이 있는지를 묻자, ‘그렇다’는 응답이 23.4%로 집계됐다. 직장인 4명 중 1명이 회식 음주 강요를 당하는 셈이다.

 

응답자 특성별로 제조업(31.0%), 300인 이상(32.4%), 상위관리자(32.4%)급에서 ‘그렇다’는 응답이 높았다.

 

음주를 강요받은 경험이 있는 응답자(177명)들에게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물어본 결과, ‘술을 마셨다’는 응답이 72.9%로, ‘음주 강요를 거부했다’(27.1%)에 비해 높았다.

 

특성별로 보면 40대(81.1%)가 20대(63.3%)보다 18%가량 높았다. 20대는 음주 강요를 거부한 비율(36.7%)이 가장 높았고, 40대(18.9%)가 가장 낮았다.

 

이와 함께 직장갑질119는 회식 이후 노래방 참석을 강요당한 적이 있는지를 물었다. 여기서도 ‘그렇다’는 응답이 20.4%로 나타났다.

 

노래방 강요 경험은 대기업(29.4%)과 상위관리자(29.4%)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노래방 참석을 강요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자(154명)들에게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물어본 결과, ‘노래방에 참석했다’는 응답이 72.7%로 높게 나타났다.

 

직장갑질119 제공
직장갑질119 제공

 

끝으로 직장갑질119가 지난 8월 전국 직장인 1천명을 상대로 직장갑질 감수성을 조사한 결과도 회식·음주 강요에 대해 연령별, 성별 등 차이가 보였다.

 

50대·남성·관리자들은 회식과 음주에 관대하고, 20대·여성·일반사원들은 회식과 음주를 강요하는 행위에 대해 민감하다는 내용이다.

 

장종수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 사무처장은 "설문 주체에 따라 회식·음주 설문의 결과에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사회적 지위·관계에 따라 주어진 상황을 달리 인식한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면서 "사회적 관계의 우위에 있는 계층의 성찰이 곧 조직문화 개선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 추진위원회는 다음달 3일 출범을 기념하는 캠페인으로 ‘칼퇴’, ‘퇴근 후 연락금지’, ‘내 연차 내맘대로’, ‘회식문화 개선’, ‘반말 금지’ 등 모든 직장에 공통되고 대중성 높은 직장 개선 의제로 진행할 계획이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