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계좌서 돈 찾아가라"…황당 메일에 속아 마약 운반한 50대女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 인천지검. 경기일보DB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 인천지검. 경기일보DB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류호중)는 시가 11억여원 상당의 코카인 5.7㎏을 브라질에서부터 한국으로 운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마약)로 재판에 넘겨진 A씨(51)에게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한 배심원 7명 모두는 A씨의 마악류 수입에 관한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유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그러나 5천만원 이상 마약류 수입에 관한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선 3명이 유죄, 4명이 무죄 의견을 밝혔다.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의견은 법관의 판단을 돕기 위한 권고적 효력을 가진다”고 했다. 이어 “배심원들은 만장일치로 유죄 의견을 보냈지만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자신이 운반하는 캐리어 안에 마약류가 들어있다는 사정을 인식한 상태에서 범행을 했다는 점이 충분히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실제로 캐리어를 열어서 그 안에 마약류 등 의심되는 물건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적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약 운반 대가로 받을 약 140억원도 터무니없이 큰 금액이라 역설적으로 캐리어 운반과 대가관계가 있는 금액이라고 인정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A씨는 지난 5월4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모르는 인물로부터 코카인 5.7㎏가 담긴 캐리어를 넘겨받아 한국으로 들여온 혐의로 기소됐다.

 

캐리어 안에는 제모용 왁스 101개로 위장된 코카인이 담겨 있었다. 이 코카인은 시가로 11억2천만원어치다.

 

A씨는 상파울루에서 캐리어를 위탁 수하물로 맡긴 뒤 여객기를 탔고, 인천국제공항을 경유해 캄보디아로 가려다가 한국 세관 직원들에게 적발됐다. A씨의 마약 운반 첩보를 받은 미국 마약단속국(DEA)은 인천지검으로 국제공조를 요청했고, 검찰은 인천공항세관에 수사 정보를 전달했다.

 

A씨는 검찰 조사에서 “메일을 통해 거액의 은행 예치금을 받게 해주겠다는 내용을 전달받고 브라질로 떠났다”고 진술했다. 메일엔 “브라질 상파울루에 가서 ‘자금 이체 문서’에 서명하라”며 “다시 그 서류를 들고 캄보디아로 가서 현지 은행에 제출한 뒤 1천만 달러를 찾아가라”는 내용이 담겼다.

 

검찰은 A씨가 여행용 가방에 마약이 든 줄 알고도 범행했다며 지난 5월 구속기소했고, 보도자료를 내 사건 개요를 알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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