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계속 틀리는 정치권 판결 예상,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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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증교사' 1심 선고공판 마친 이재명 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에도 정치권의 다수 예상은 빗나갔다. 법정구속까지 거론했던 호언이 무색해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3부(부장판사 김동현)는 위증교사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사건의 정범으로 기소된 고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비서 출신 김진성씨에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보름 전 선거법 위반 사건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당시에는 일부 무죄 또는 무죄 예상이 많았다. 계속 빗나가고 있다.

 

주목해 볼 것은 재판부의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판단이다. 유죄 예상의 핵심 근거는 이 대표와 김씨의 통화 녹취였다. 이 대표가 사건 내용을 언급했고 변론요지를 보내겠다고 했다. 위증을 교사했다는 충분한 물증이라는 주장이 다수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통화 내용을 발언별로 분석했다. ‘통상적인 증언 요청과 다르지 않은 수준’이라고 판시했다. 또 ‘김진성이 명백히 부정하지 않는 사항에 관하여만 증언을 요청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여권을 중심으로 의문이 제기됐다. ‘김씨 위증은 유죄인데, 어떻게 위증교사는 무죄냐’는 반박이다. 이 역시 판결문에서 설명하고 있다. 김씨의 위증이 반드시 이 대표의 교사에서 비롯됐다고 연결짓기 어렵다는 종합적 판단이다. 범죄의 유죄 판단에서 행위와 결과의 인과관계는 범죄 구성 요건의 핵심이다. 이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통화가 곧 위증교사의 완성이라고 여겼던 논리가 무리였던 것 같다.

 

15일 선거법 1심 선고에서도 정치권은 틀렸다. 이 대표 측은 시종일관 ‘김문기를 몰랐다’고 했다. ‘이는 주관적 판단의 영역’이라고도 했다. 재판부도 이 부분은 무죄로 봤다. 다수의 예측대로면 여기서 무죄로 끝나야 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논리는 달랐다. 김씨와 골프를 쳤다는 진실까지 부인한 것으로 봤다.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체적인 인상을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80만원 벌금’이라는 정치권 예상이 거기서 크게 빗나갔다.

 

15일, 25일. 두 번의 재판에서 보게 된 정치와 재판의 차이다. 정치는 부분만 보고, 재판은 전체를 본다.

 

정치권이 왜 이러는지 자명하다. 기본적으로 여론을 몰려는 정치공학이 있다. 유리한 부분은 강조하고 불리한 부분은 축소한다. 이런 왜곡과 축소를 통해 사법부도 압박한다. 불리한 판결에 대한 불신까지 미리 준비한다. 하지만 그게 통하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최근 두 번의 이재명 판결이 이런 정치공학적 노림수에 망신을 줬다. 법조 속어에 ‘오만한 예언이 판결문을 바꾼다’고 했다. 정치인 빼고는 이런 오만한 피고인이 없을 것이다.

 

선거법·위증교사 사건 모두 항소심으로 갈 것이다. 정치는 또다시 부질없는 예언을 뿌릴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정치에 돌아갈 건 배가된 충격뿐이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고, 판결은 통념의 상식이다. 정치도 법 앞에 겸허해야 한다. 이게 가능할는지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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