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적인 결과... 다행이다.” 김동연 경기지사가 25일 페이스북에 남긴 말이다. “패자 무제한 괴롭히기, 승자 무조건 봐주기 그만하라”고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무죄 선고에 대한 소회다. 김 지사는 ‘포스트 이재명’의 한 축이다. 15일 선거법 징역형 선고 이후 부쩍 부각된 측면이 있다. 그의 발 빠른 소감 발표는 이런 상황을 의식한 정치적 의도로 보인다. 친명계의 불필요한 견제를 차단하려는 뜻이다.
김 지사의 이런 자세는 15일부터다. 언론이 ‘3김3총’의 맨 앞자리에 그를 위치시켰다. 그러자 김 지사가 일체의 정치적 언행을 삼갔다. 이 대표의 수원 방문 때는 수행 역할을 자처했다. 위증교사 무죄라는 반전이 일어났고, 다시 한번 자세를 낮춘 것이다. 좋게 보는 친명계 평가가 나온다. 친명 좌장 정성호 의원이 라디오에서 말했다. “(김 지사가) 대표와 당과 함께하겠다고 했다.” 관심은 김 지사의 앞으로의 행보다.
이 대표 사법리스크는 여전하다. 징역형 선거법 재판이 2, 3심으로 간다. 위증교사 항소심 역시 안심할 수 없다. 두 사건 모두 2027년 대선 전에 끝날 가능성이 짙다. ‘피선거권 박탈’의 공포가 당내에 여전하다. B를 준비해야 한다는 당 내외 분위기가 만연하다. 대통령이 되려는 김 지사라면 언제든 등판할 준비를 해야 한다. 열흘간 부각됐던 ‘포스트 이’ 몸값은 분명 자산이 됐다. 관건은 친명계 내 김동연 견제 심리다.
김 지사의 정치 중량감은 그 스스로 만들었고, 내용은 ‘이재명 차별화’에 있었다. ‘이재명표 25만원 법’을 ‘13조원이 하늘에서 떨어지나’라고 지적했다. 북자도 추진 문제도 이 대표 입장과는 다른 방향이었다. 지난 6월 친문·비명 전해철을 영입했다. 그러자 친명 쪽에서 ‘이낙연의 길이 될 것’이라는 비난을 쏟아냈다. 김경수 복권을 촉구했었다. 그때도 ‘은혜 모르는 개 수박’이라는 비난이 있었다. 풀 수 있는 앙금일까.
당내 정치 상황이 가변적이다. 선거법 판결 이후 나도는 정보가 있다. 민주계 원로에 의한 차기 낙점 소문이다. 이해찬 전 총리, 유시민 작가, 김어준 방송인 등의 판 짜기다. 친명 또는 비명계에서 차기 주자를 정하고, 탄핵 또는 사퇴로 윤 대통령 임기를 단축시키고, 이 대표에게는 피선거권 박탈 기간을 도과하는 차차기를 준다는 시나리오다. 언제든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는 가설이다. 김 지사는 그 속에 포함될까.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와 김 지사를 갈라치기하려는 보도가 많다’고 했다. 정 의원이 언급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 김 지사를 싫어하는 친명계의 정서다. 엄연한 벽으로 존재하는 이 현실은 말하지 않았다. 이래저래 남는 건 독자 생존뿐이다. 최민희 의원이 비명계에 던진 협박이 있다. 그 거친 워딩에 김 지사의 길이 있다. 잠룡으로 증명된 김 지사, 그는 움직이면 죽을지 모르지만 안 움직이면 반드시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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