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역 가건물 27만여개 달해 무게 취약, 붕괴사고 계속되지만 10년 넘도록 안전사고 대책 전무... 전문가 “숙소 등 용도 규제 필요
경기지역에 내린 역대급 대폭설로 도내 곳곳에서 구조적 특성상 무게에 취약한 가설건축물 붕괴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지만 이를 대비할 안전 대책은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1일 경기도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경기지역에 설치된 가건물은 총 27만2천701개다.
이 가건물들은 조립식 패널, 철골조 등으로 이뤄져 있다. 통상적으로 공장의 창고, 택배 회사의 물류창고, 재배용 비닐하우스 등으로 사용되는데 쉽게 만들어지고 없어지는 가건물의 특성상 구조적으로 무거운 무게를 견딜 수 없어 폭설이나 폭우, 태풍 등 자연재해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달 27일부터 28일까지 내린 폭설은 물기를 머금은 습설(젖은 눈)로 마른 눈보다 잘 뭉치고 3배 무거웠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없어 피해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틀간 내린 폭설로 인해 경기지역 곳곳에서 발생한 시설 피해는 지난달 30일 기준 총 2천930건이다. 비닐하우스 1천284곳, 축산시설 584곳, 주택 156곳, 캐노피·지붕 116곳, 기타 479곳 등이다. 또한 이틀간 폭설로 인해 31명이 다치고 4명이 사망했다.
지난달 28일 오전 9시56분께 안산시 단원구 금속가공 제조공장의 천막 가건물이 폭설로 붕괴돼 작업자 A씨가 양쪽 다리를 깔리는 사고를 당했다. 이 가건물은 알루미늄 도장 창고로 사용됐는데, A씨가 제설작업을 하다가 건축물이 무너져 사고를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날 오전 11시40분께 안성시 미양면의 한 택배회사의 물류창고였던 가건물이 무너져 택배기사 6명이 다쳤으며 낮 12시8분께 안양시 동안구의 농수산물도매시장의 철골조 지붕이 무너지기도 했다.
앞서 지난 2014년 2월 경주의 한 리조트에서 철골 샌드위치 패널로 된 체육관의 지붕이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려 당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하던 대학생 등 10명이 사망하고 105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폭설에 대한 가건물 안전사고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이번 폭설은 물기를 가득 머금고 있는 습설로 무게가 상당했다. 또한 마른 눈처럼 쉽게 밑으로 내려가지 않고 쌓이면서 무게가 더 가중됐다”며 “가건물의 경우 일반 건축물에 비해 가볍고 정교하지 못해 폭설, 폭우 등 자연재해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건물을 임시 숙소, 거주지로 사용하는 것을 규제하고 적설량이 많으면 정부와 지자체가 사고 위험이 있다는 것을 신속하게 알리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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