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이렇게 밝혔다. “사회간접자본(SOC) 등 각종 예산을 삭감한 것은 내년도 경제 성장률 제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렇게 밝혔다. “세계적 경제 위기의 영향을 받았던 이전과 달리 외부 충격 하나 없는 1%대 저성장이 문제다.” 예산안 심사 파행을 두고 벌이는 ‘네 탓’ 타령이다. 정부가 677조4천억원의 예산안을 제출했다. 야당이 4조1천억원을 감액해 단독 통과시켰다. 여당은 다수당 폭거라며 정면 대치 중이다.
이렇게 한가한 시간이 없음은 물론이다. 국내 각종 경제 지표가 최악이다. 한국은행의 예상 경제성장률은 내년에 1.9%다. 올해 2.2%보다 크게 후퇴했다. 2026년에는 1.8%로 더 나빠질 것으로 봤다. 2년 연속 저성장은 예가 없다. 위기를 부채질하는 눈앞의 변수도 등장했다. 관세 폭탄을 호언한 ‘트럼프 관세 리스크’다. 직격 당하게 될 품목이 자동차와 반도체다. 신용평가사 S&P가 지난달 30일 트럼프 수입 관세가 자동차 업계에 미칠 보고서를 내놨다.
캐나다와 멕시코의 25% 관세에는 현대·기아차가 관리 가능하다고 봤다. 하지만 보편 관세 20%가 한국에 적용할 경우는 다르다. 총 영업 이익이 19% 감소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이 위협이 직격할 곳은 경기도다. 현대차·기아차 모두 경기도가 본산이다. 화성시 남양연구소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중추다. 부품 생산 업체들도 경기도에 많이 있다. 트럼프 관세 폭탄이 직격할 분야는 자동차 산업이 분명하고 그 타격 지역은 경기도가 분명하다.
경기도 산업의 중추, 반도체도 큰일이다. 우리에게는 지난 2015~2016년의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반도체 불황이 지자체에 준 타격이다. 수원시가 삼성전자로부터 받은 법인지방소득세가 1천755억원에서 826억원이나 줄었다. 화성시도 1천646억원에서 715억원, 용인시도 856억원에서 366억원 줄었다. 삼성전자의 하청 기업은 현재 2천515개다. 이들로 옮겨 붙을 불황 파동은 더 크다. 트럼프발 반도체 위기가 경기도를 향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가 낼 대책도 필요하다. 지자체 노력도 요구된다. 하지만 이게 근본적 대책은 될 수 없다. 중앙정부와 정치권이 나서 줘야 한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미국으로 달려갔다. 트럼프를 만나 무역적자 문제 등을 논의했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우리 정치는 저러고 있다. 예산안 삭감 탓하고, 경제 위기 초래 탓한다. 그러면서 무서운 말도 내뱉는다. ‘나라 망하면 당신들 책임이다.’ ‘정쟁’이란 단어조차 아깝지 않나. 이건 차라리 쌈박질 아닌가.
사전(辭典)은 쌈박질의 정의를 ‘싸움하는 일을 낮잡아 이름’이라고 했다. 경기도 산업을 걱정하는 도민 눈에 비친 모습이 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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