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저격한 검란(檢亂)’…이번엔 야당 발 ‘역(逆) 검란’

2003년 노무현 정부 평검사 인사권 갈등 
2024년 야당 탄핵소추로 검찰 폭풍전야

2일 정기회 제14차 본회의가 열리는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민주당의 감사원장 탄핵안 보고와 관련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정기회 제14차 본회의가 열리는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민주당의 감사원장 탄핵안 보고와 관련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2일 이창수 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해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면서 노무현 정부 시절 ‘검찰의 난’과 비교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검찰 인사권을 두고 검란(檢亂)에 직면했지만 이번에는 대통령과 검사들의 대결이 아닌 야당의 탄핵소추안 발의에 따른 ‘역(逆) 검란’이 벌어지면서다.

 

2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003년 3월9일 노무현 대통령은 평검사들과 검찰 인사권을 두고 TV토론회를 벌였다. 당시 노 대통령은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지요”라는 발언으로 화제를 모았다.

 

당시 토론의 목적은 참여정부에서 검찰 수뇌부의 힘을 빼 개별검사들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에 대해 젊은 평검사들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대통령 의도와 달리 기수 파괴 등 검찰 수뇌부의 힘을 빼기 위한 인사 조처가 평검사들의 눈에는 청와대가 검찰을 무시하는 조치로 보이면서 되레 검찰총장에게 인사권을 이양할 것을 요구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검사들은 대학을 나오지 않은 고졸 출신 노무현 대통령에게 “언론에서 대통령께서 83학번이라는 보도를 봤다. 혹시 기억하십니까. 저도 그 보도를 보고 ‘내가 83학번인데 동기생이 대통령이 되셨구나’라는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사는 “대통령께서는 토론의 달인이다. 저희는 토론과는 익숙지 않은 그야말로 아마추어들”이라며 “검사들을 토론을 통해 제압하시겠다면 이 토론은 좀 무의미하지 않느냐”고 밝혔다.

 

그러면서 “평검사들은 청와대의 입김을 받는다고 생각되는 외부 인사들이 검찰의 인사 행정을 좌지우지한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저분들이 외부 인사냐. 저분들 의심하나”고 따졌다. 검사들은 당시 청와대 오더를 충실히 따를 외부 인사로 판단한 셈이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연합뉴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21년이 지난 이날 대통령과 검사의 갈등이 아닌 거대 야당과 검사들의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 170명 명의로 검사 이창수·조상원·최재훈에 대한 탄핵소추를 발의했다. 이어 오는 4일 본회의 의결 예정이지만, 재적 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되는 구조상 원내 과반 이상인 민주당의 단독 처리가 가능한 상태다.

 

이에 오는 4일 탄핵소추안 본회의 통과 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대신 1차장검사가 직무를 대행하고, 탄핵안 가결 이후 업무 분장에 따라 변동이 가능해져 지휘라인 공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어 헌법재판소 심판은 탄핵소추안 접수일로부터 180일 이내에 선고하고,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 찬성하면 최종 탄핵이 결정되지만, 반대의 경우 즉시 업무에 복귀할 수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들 지난달 26일 입장문을 통해 “야댱의 탄핵 추진은 위헌적”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사건을 처분했다는 이유만으로 지휘부 전원을 탄핵하는 것은 명백한 국회의 탄핵 권한 남용”이라며 “항고·재항고 등 법적 절차가 남아있음에도 기각될 것이 뻔한 탄핵을 추진하는 것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 관련 수사를 한 검사들의 직무를 정지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서울중앙지검 평검사들도 이날 이 지검장 등에 대한 탄핵소추안에 대해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위험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검사를 대상으로 탄핵을 추진하는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수도권 소재 A 법무법인 소속의 한 변호사는 이날 경기일보와 통화에서 “노무현·문재인 정부 등이 검찰 힘 빼기를 시도하면서 크고 작은 검란이 있었지만, 거대 야당이 탄핵 등을 앞세워 검찰을 겨냥한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라며 “오는 4일 이후 탄핵소추안 결과에 따라 향후 새로운 형태의 갈등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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