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석열 계엄, 지지층 20%에 대한 도리도 아니었다

정당성도 얻지 못하고, 공감도 얻지 못한 계엄
‘의회 다수 폭거’ 맞더라도 균형 맞는 대안 아냐
시간 남았다면, 職에서 ‘김건희 특검’ 수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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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45년 만에 선포된 비상계엄이었다. 그 이유가 느닷없어 국민이 놀랐다. 우리 현대사에 기록된 비상계엄은 모두 12번이다. 여수 순천·제주 사건 계엄(1948년), 부마 항쟁 사건 계엄(1979년) 등은 치안공백이 이유였다. 4·19 계엄(1960년)은 혁명, 5·16 계엄(1961년)은 군사 정변이 이유였다. 박정희 대통령 암살 계엄(1979년)은 국가 원수 유고가 이유였다. 이 중 어떤 것도 이번 계엄 사유와 겹치지 않는다.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게 이상했다.

 

실패한 이번 계엄을 두고 두 가지 위법성 논란이 나온다. 기본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하나고, 절차를 위반했다는 것이 다른 하나다. 정부 내에서 류혁 법무부 감찰관이 의견을 냈다. 위법한 계엄을 따를 수 없다며 사표를 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위법성을 주장했다. 조희대 대법관은 ‘절차를 지켜봐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계엄의 위법성 자체가 탄핵 사유다. 대통령실이 해명해야 하는 부분이다.

 

정치적 책임도 있다. 담화에서 계엄 사유가 열거됐다. 종북 반국가 세력, 국가 재정 농락, 국가기관 교란, 범죄 집단 국회 등이다. 거대 야당의 폭거는 새로운 주장이 아니다. 예산으로 정부 숨통을 조인 것 또한 현실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게 계엄 사유에 이르지는 못한다. 국회 대치는 정치력으로 푸는 것이다. 치안 범죄는 사법기관의 일상 업무다. 계엄이 아닌 긴급명령권, 긴급재정경제처분·명령권(제76조 1항)도 있었다. 과했음이 분명하다.

 

국가·국민에 미친 피해가 크다. 국가의 경제지표가 황망하게 추락했다. 담화 직후 환율은 1천440원대까지 치솟았다. 주식 선물·코인이 급락했다. 정규 시장이 시작된 4일 장에서도 충격은 계속됐다. 무엇보다 심각한 건 코리아 디스카운트 확대다. 세계 주요 외신이 한국 상황을 ‘사태’로 타전했다. 국가 신인도를 한 방에 떨어뜨렸다. 윤 대통령이 밝힌 이런저런 계엄 선포 사유, 그 모든 위기보다 이게 더 크다. 내우외환은 그가 불렀다.

 

국민적 분노가 높다. 계엄 선포 직후 수백명의 시민들이 국회로 몰려왔다. 대학 교수들, 변호사 단체, 노동 조합 등의 성명이 이어졌다. 계엄 해제 요구안 통과 이후에는 윤 대통령 책임으로 옮아갔다. 탄핵, 사임, 체포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정치권도 어디 한 곳 윤 대통령을 두둔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48시간 내 사임’을 통첩했다. 조국혁신당과 탄핵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책임자 문책을 말한다.

 

마지막 보루도 무너지고 있다. 20% 지지층의 분노와 실망이다. 그동안 안쓰럽기만 한 지지였다. 그래도 그들이 가졌던 건 기대다. 김 여사 의혹을 풀어주길 바라는 기대였고, 채 상병 의혹을 풀어주길 바라는 기대였고, 명태균 의혹을 풀어주길 바라는 기대였다. 하지만 어느 하나 속 시원히 풀어주지 못했다. 급기야 상상도 못했던 상황까지 끌고 들어갔다. “시작했으면 성공이라도 하지”라는 탄식이 들린다. 얼마나 참담하면 이러겠나.

 

윤 대통령의 정치는 캄캄하다. 어떤 격변이 와도 이상할 게 없다. 어울리지 않는 주문이 있다. 김건희 여사와 연관된 모든 특검을 수용해라. 대통령 본인이 연계된 의혹을 낱낱이 고백해라. 언젠가 거쳐도 거쳐야 할 과정 아닌가. 현직 대통령 때 수용했다는 평이라도 남겨야 하지 않겠나. 지금 대통령 실 밖 분노는 하늘을 찌른다. 냉정히 보면 이럴 시간이 주어질지 여 부도 확실치 않다. 도대체 김건희 특검은 왜 그렇게 안 받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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