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반대 깃발을 신속히 든 건 오세훈 서울시장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담화 직후 입장을 공개했다. ‘계엄에 반대한다, 철회돼야 한다, 시민의 일상을 지키겠다’로 요약된다. 다음 날 시청에서 브리핑을 통해 두 번째 입장도 냈다. ‘민주주의 본령을 거스르는 행위’라며 계엄 반대를 재확인했다. 그런데 전날 없던 주장이 새롭게 추가됐다. ‘이재명 방탄 국회가 비상계엄 촉발’이었다는 해석이다. 이래저래 방송에는 그의 이름이 계속 등장했다.
김동연 도지사 입장은 4일 오전 1시를 전후해 나왔다. ‘단연코 거부한다’고 선언했다. 다음 날 그만의 특별한 대처가 나왔다. 외국 정상과 주지사, 국제기구 수장과 주한대사, 외국의 투자 기업에 긴급서한을 보냈다. 한국 정치에 이상 없음을 설명하는 내용이다. 캐나다 총리, 중국 부총리,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이클레이 세계 사무총장 등 각국의 2천500여명이 수신자다. 정치가 혼란스러운 계엄 정국 속에서 눈에 띈 특별한 대처였다.
오 시장의 대처는 신속했다. 그리고 묘하게 바꿔 나갔다. 김 지사는 국제적 감각을 보여줬다. 경제부총리의 각국 인적 자산을 보여줬다. 자연스레 비교된 게 유정복 인천시장이다. 유 시장의 ‘계엄 입장’은 시간이 걸렸다. 비상계엄령 선포가 있었던 3일 밤 아무 입장도 안 냈다. 4일 오전 대통령의 계엄령 해제 선포까지도 침묵했다. 첫 반응은 4일 오전 10시38분에 나왔다. 내용은 ‘국정 혼란과 국민 불신 가져온 계엄 매우 유감’이었다.
정치권, 특히 인천지역 정가가 맹비난하고 나섰다. 인천시의회 민주당 의원 9명이 성명을 발표했다. ‘계엄에 동조한 유정복 시장을 규탄한다’는 내용이다. 시민의 ‘시장’이 아니라 윤 대통령의 ‘시종’을 자처했다며 공격했다. 이들의 비난은 비단 늦은 입장 발표에만 있는 게 아니다.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계엄이) 야당의 폭거에 대한 조치”라고 말했다며 이를 망언으로 규정했다. 유 시장의 사과가 없을 경우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사실 이 발언은 오 시장이 먼저 거론했다. ‘이재명 방탄 국회가 촉발했다’고 단정했다. 표현이나 내용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다. 당연히 이 분석은 어불성설이다. 야당에 의한 의회 파행은 온 국민이 목격자다. 정부 기관에 대한 탄핵 남발, 초유의 삭감 예산안 강행 처리 등을 보고 있다. 그렇더라도 그 동등한 대처 방안에 비상계엄이 놓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균형감을 잃은 선택이었다. 이에 대한 비난은 두 시장 모두 받아야 맞다.
다만, 계엄 반대 표명의 순서로 옳고 그름을 평가하는 것은 잘못이다. 계엄 선포 직후 유 시장은 집무실에 있었다고 한다. 11시쯤 들어와 간부들과 조치도 논의했다고 한다. 시장 직무 수행에 오류는 보이지 않는다. 계엄 자체에 대한 반대도 분명히 하고 있다. ‘국민의 동의 받지 못했으며, 그 결과에 대해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입장 발표가 늦었거나 안 했다는 이유로 계엄 동조 세력으로 낙인 찍는 건 다시 생각할 일이다.
‘12·3 계엄’은 구중궁궐 속 대통령이 혼자 벌인 일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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