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과 함께 춤을…20년 넘게 댄스 재능기부, 박종국 지효초 행정실장

“댄스를 통해 상대방 배려하고 교감하는 교육 효과 커”
“내가 가르친 춤이 아이들을 웃게 만들면 최고의 보상”

20년 넘게 댄스 재능기부를 하고 있는 고양 지효초 박종국 행정실장. 신진욱기자
20년 넘게 댄스 재능기부를 하고 있는 고양 지효초 박종국 행정실장. 신진욱기자

 

“유치원 졸업반 아이들에게 댄스를 가르치는 재능기부를 하면서 오히려 제가 에너지를 받고 행복했습니다.”

 

고양시 덕양구 지축동에 위치한 지효초 박종국 행정실장(51)의 ‘부캐’는 댄스 강사다. 그는 20년 넘게 라틴 댄스에 빠져 있다. 주 종목은 살사와 바차타. 댄스지도자 자격증도 가지고 있다. 아빠와 함께 춤을 추던 딸은 대학에서 실용무용을 전공하고 있다.

 

박 실장은 첫 발령지인 성석초등학교에서 시작한 댄스 재능기부를 20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말 6주 동안 매주 두 차례 지효초 병설유치원 졸업반 원생들에게 도미니카공화국의 국민 춤 ‘메렝게’를 가르쳤다. 재능기부의 대미를 장식한 건 지난해 12월24일 열린 졸업식이었다. 38명의 제자들이 무대에 올라 멋진 댄스 공연을 펼쳤고 박 실장은 무대 앞에서 아이들의 춤을 지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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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24일 열린 지효초 병설 유치원 졸업식에서 박종국 지효초 행정실장이 졸업반 원생들의 댄스 공연을 지휘하고 있다. 본인 제공

 

댄스가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묻자 그는 “춤은 하고 싶은 말을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처음엔 잘 안 되던 동작을 완성하면 자존감이 올라간다. 그리고 파트너와 함께 추는 댄스는 상대방의 눈을 보고 보조를 맞춰야 한다. 서로 배려하고 협력하는 마음을 키울 수 있어 교육적 효과도 크다.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춤이 정식 교육과정에 포함됐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번 봉사가 더 의미 있었던 건 신설 학교 행정실장으로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면서도 유치원 요청에 선뜻 재능기부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효초는 고양특례시의 90번째 초등학교로 지난해 3월 개교했다. 신설 학교에 발령 나면 휴직을 심각하게 고민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할 일이 많다.

 

게다가 그는 책상에만 앉아 있는 스타일이 아니다. 학교 시설을 관리하다 보니 꼭 필요해 기계설비 자격증까지 땄다는 그는 천장 누수 정도는 직접 고치는 지효초의 맥가이버다. 지난해 여름에는 지하 기계실이 물에 잠길 뻔한 걸 막기도 했다.

 

행정실장 업무도 많은데 재능기부까지 하기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교육행정 공무원이 아니라 아이들이 뛰어노는 테마파크 건물주라고 생각하면 힘들어도 즐겁다. 그리고 아이들이 제가 가르쳐준 춤을 추며 환하게 웃는 게 최고의 보상”이라고 말했다.

 

유치원을 졸업한 ‘춤제자’들이 오는 3월 지효초에 입학해 계속 춤을 배우고 싶다고 하면 기꺼이 특별활동반을 만들어 제대로 가르쳐 볼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충북 시골에서 상경해 고시원에서 지냈던 초임 시절의 고단함을 잊게 해준 게 바로 춤이었다. 제가 가르쳐준 춤이 아이들 내면의 흥을 다시 찾아준다면 그걸로 충분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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