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에서 주권을 읽다”…‘모던라이트, 대한제국 황실 조명’ 특별전

개항 이후 황실 근대 조명기구 100여점 선보여
대한제국 문양 ‘이화문’ 장식등 1세기만에 제자리
건축 이력·조명기구 양식 변화 속 정세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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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덕전 전경의 모습. 국가유산청 제공

 

전기가 들어오고, 조명이 어둠을 밝게 비춘다. 격동의 시기, 주권국가로서의 주체성을 띠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의지는 시대를 밝히고 있었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가 덕수궁 돈덕전에서 오는 3월 3일까지 개최하는 ‘모던라이트, 대한제국 황실 조명’ 특별 전시에서는 개항 이후 전기를 도입하고 덕수궁에 근대 조명기구를 설치해 근대국가의 면모를 갖추고자 했던 대한제국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덕수궁의 서양식 건축물을 비롯한 궁궐 내외에 설치됐던 장식등(샹들리에), 서양식 촛대 등 근대 조명기구 100여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특히 대한제국 국가 상징 문양인 ‘이화문’을 장식으로 한 샹들리에는 1904년경 돈덕전 건립 당시 접견실 회랑에 설치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로, 이번 전시를 계기로 100여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됐다. 덕수궁에 지어진 건물들은 조명기구를 비롯한 내부 인테리어가 함께 고려돼 대한제국을 둘러싼 정세 전환 과정과 황실이 추구했던 시대상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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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특별전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이화문 샹들리에의 모습. 대한제국 문양 이화문이 새겨져 있다. 국가유산청 제공

 

1부 ‘대한제국, 빛의 세계로 들어서다’에서는 덕수궁에 전등 설비가 마련되기까지 전기에 대한 인식 변화와 전기의 도입 과정을 연대기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1883년 미국에 다녀온 보빙사는 첨단 과학기술인 전기를 접하고, 조선 정부에 국내 전기 도입을 제안했다. 고종은 전기를 국가 발전의 중요한 요소로 인식해 이를 적극 추진했다. 1887년 미국 에디슨전등회사와 계약하며 경복궁 건청궁에 우리나라 최초의 전등이 불을 밝혔다. 이후 각 궁궐에 최신 전기 설비가 도입됐다. 1898년에는 황실 출자기업 한성전기회사가 설립돼 궁궐 내 전등 보급이 이어졌다. 대한제국이 근대 개혁의 상징으로 인식됐던 전기를 도입하며 빛의 세계로 들어서는 순간이다.

 

2부 ‘근대의 빛이 피어나다’에서는 왕의 어진을 봉안하거나 그리는 장소였던 정관헌과 황실의 도서관이던 중명전, 그리고 돈덕전까지 정치와 외교의 중심 무대였던 덕수궁의 서양식 건축물과 전등을 다뤘다.

 

전시장 전경. 국가유산청 제공
전시장 전경. 국가유산청 제공

 

덕수궁이 황궁으로 정비되면서 1901년부터 전기가 들어오기 시작했고, 2년 후 황궁 내 독립된 발전설비가 마련됐다. 근대 전환기 정치외교의 중심 무대로써 세계 여러 나라와 동등하게 교류하고자 지어진 구성헌, 정관헌 등의 서양식 건축물에는 건립 단계부터 전등 설비가 갖춰졌다.

 

덕수궁에는 500개 이상의 전등이 사용될 만큼 다채로운 전등 기구가 유입됐다. 외교의례를 거행하고자 마련된 전각 내부에는 입식의 서양 가구와 커튼, 화려한 샹들리에 등이 채워졌다. 특히 외국 공사의 접견과 황실 행사에 활용된 돈덕전에는 국가와 황실의 상징 문양인 이화문을 넣은 샹들리에를 장식해 세계와 동등하게 교류하는 주권 국가로 발돋움하고자 하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3부 ‘황실을 밝히다’에서는 덕수궁 내 서양식 건물인 석조전의 실내 장식과 공간별 특성에 맞춰 다양하게 사용된 영국과 미국산 수입 조명기구 유물을 만날 수 있다. 4부 ‘이화문, 궁궐에서 빛나다’에서는 황실이 창덕궁으로 옮겨간 이후 ‘이화문 유리 등갓’ 등 덕수궁의 조명기구를 만날 수 있다.

 

별도로 마련된 실감 영상실에서 새로운 빛을 통해 근대의 세계로 진입한 대한제국의 화려한 빛을 현대기술로 감상해 보는 것은 색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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