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확정된 GTX–D·E·F, 탄핵에 날아가면 안 된다

image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서울 강남구 수서역에서 열린 GTX-A 노선 수서~동탄 구간 개통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공약은 어떻게 되는가. 대통령의 직무는 모두 정지됐다. 대통령 의지를 기대할 수 없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탄핵이 인용될 경우 당연히 공약은 동력을 잃는다. 기각돼 대통령이 복귀하더라도 사정은 녹록지 않다. 극단적인 대치가 계속되면서 정상적인 국정이 어려울 것이다. 이래저래 ‘윤석열 공약’은 힘을 잃을 듯하다. 걱정되는 공약이 한둘이 아니다. 그리고 거기에 GTX–D·E·F 노선이 있다.

 

윤 대통령이 2023년 11월 ‘GTX 동탄 선언’을 했다. 수도권을 GTX로 연결하는 구상이었다. 재임 중에 모든 절차를 끝내 바로 공사에 착수하겠다고 약속했다. 2024년 1월25일 국토부가 구체안을 발표했다. A·B·C 노선 연장과 D·E·F 노선 신설이다. 사업의 조기 착공을 위한 로드맵도 밝혔다. D·E·F 노선을 제5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반영하고 구간별 개통 방식을 동원한다고 했다. 주민들의 기대가 모아졌다.

 

GTX–D 노선은 수도권을 동서로 관통한다. 김포시 장기역과 인천공항2터미널역에서 남양주시 팔당역과 강원 원주시 원주역을 잇는다. GTX–E 노선은 인천공항2터미널역에서 남양주시 덕소역까지 간다. GTX–F 노선은 수도권 교외 지역을 순환하는 노선이다. 연관되는 지역이 상당히 많다. 교산, 덕소, 왕숙2, 의정부, 대곡, 부천종합운동장, 수원이 다 포함된다. 경기 인천 전체와 직접 이해관계에 있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간다. 국회가 동의해 주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그런데 여야는 시종일관 대치했다. 1년간 진척된 게 없다. 이 와중에 탄핵 정국까지 왔다. 정상적인 국회 기능은 아예 마비됐다. 예산 말고도 큰 걱정이 있다. ‘경기도-국토부-국회’ 간 협의 진행이다. 대규모 SOC 사업은 풀어야 할 부처 간 협의가 산적하다. 이 절차를 주도적으로 해야 할 부처가 국토교통부다. ‘대행 정부’에서 존재감이 없다.

 

몇 년에 끝날 사업이 아니다. GTX–A 노선이 지난해 개통했다. 최초로 사업이 등장한 것은 경기도 민선 4기다. 그때부터 기산하면 무려 18년 걸렸다. 물론 GTX 개념조차 없었던 당시의 상황은 있다. 사회적 합의에 소요된 시간도 많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GTX 사업에는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가 했던 사전 타당성 조사, 최소 사업비 확보, 기본 실시설계 등의 약속이 기대를 키웠던 이유다.

 

GTX–D·E·F 좌초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왜 안 그렇겠나. 사업의 원동력인 대통령이 부재다. 대행(代行) 정부가 끌고 가기에는 버겁다. 그렇다고 극단의 정치가 챙길 가능성도 없다. 하지만 GTX–D·E·F는 다른 문제다. 이미 공약을 넘어 정책으로 확정된 사업이다. 여야 정치도 이견 없이 동의했던 사업이다. 정국 상황에 따라 뒤바뀔 단계를 지났다. 혹여 역행했다간 거센 ‘GTX 역풍’을 맞을 것이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