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립미술관x김명중x프로쉬 공동 기획 프로젝트 폴 매카트니 전속 사진작가 ‘김명중’, 첫 정물사진전 도전 발칙한 상상력 블랙유머…배우 김혜자 오디오도슨트 몰입↑
“21세기 사람이 사용했던 플라스틱 목마가 발견됐습니다!”
커피를 마시고 버린 일회용 컵, 배달 음식을 먹고 남은 일회용 숟가락, 이불과 양말을 널었던 빨래집게, 약수터에서 만났을 바가지, 휘다 못해 구부러진 옷걸이…. 일상에서 매일 접했을 평범한 물건이, 헤지고 바래져 버려진 ‘쓰레기’가 후손에 의해 발견된다. 그렇게 발굴된 조상들의 ‘유물’은 대서특필 되고, 곧 박물관에 전시된다. 학자들은 이 ‘유물’을 통해 역사를 연구하고, 아이들은 옛날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했을지 상상을 펼친다.
수원시립만석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는 수원시립미술관x사진작가 김명중(MJ KIM)x친환경 세제 브랜드 프로쉬의 시민 주도형 공존 프로젝트인 ‘22세기 유물전’은 김명중 작가가 ‘22세기 후손들은 청자와 장신구가 아닌, 우리가 버린 쓰레기를 발굴해 유물로 여기지 않을까’라는 상상력과 비판적 사고에서 출발했다. 비틀즈의 멤버 폴 매카트니의 전속 사진작가로 유명한 김명중의 첫 정물 사진전인 이번 전시에서는 정물 사진 19점과 함께 작가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목격한 지금의 환경오염 실태가 담긴 생생한 풍경 사진 5점을 만나볼 수 있다.
작가는 어느 날 산책을 하다 땅에 반쯤 박혀 버려진 콜라병을 보게 된다. 우리는 땅을 파면 소중한 청자와 같은 유물이 나왔는데, 아이들은 땅을 파면 이런 쓰레기를 발굴해 유물로 연구하지 않을까? 작가는 그렇게 사진을 찍어 나갔다.
‘22세기 유물 76호 부산 송정 인근 출토 배달 용기’, ‘22세기 유물 93호 경북 울진군 금강송명 출토 헤드셋’, ‘22세기 유물 61호 경북 금호서원 출토 선풍기 날개’….
전시장에 들어서면 마치 신라시대의 화려한 장신구, 선사시대의 토기가 전시돼 있듯 플라스틱 숟가락, 칫솔, 마스크 등 각종 일상 물건이 빛바랜 모습으로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쓰레기 정물은 마치 박물관이나 옛날 도감에서 봤을 법한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표현됐다. 누군가 버렸을 쓰레기가 귀중하고 근엄한 모습으로 올려진 모습과 제목은 관람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아무렇지 않게 버려진 물건들을 진지하게 연구할 미래를 상상하며 웃음이 지어지다가, 이내 부끄러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전시는 총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섹션은 김 작가가 경험한 환경오염 사진 작품을 전시해 문제를 제기한다. 두 번째 섹션에선 22세기 유물 사진 19점을, 세 번째 섹션인 아카이브 공간에선 작가의 인터뷰와 함께 환경 관련 도서를 통해 관람객이 전시 경험을 확장할 수 있게 했다. 마지막 섹션에선 업사이클링 작품 제작 등 전시와 연계된 체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김명중 사진작가는 “미래의 유물을 미리 들여다보는 블랙코미디 전시를 준비했다. 우리가 모르는 새 지구를 병들게 했다는 풍자를 표현하고 싶었다”며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생성되는지 생각해 보고, 후손들을 위해 쓰레기를 줄여나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전시는 다음 달 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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