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기획展, 삶에 녹아든 오브젝트에 주목 김지원·정정엽 등 4명 작가 참여… 3월30일까지
멀리서 보면 낯설다. 무엇인가 하고 가까이 다가가면 자주 볼 수 있는 한 톨 한 톨의 작은 콩들이다. 멀리서 보니 익숙해 또 한 발자국 가까이 들여다봤다. 따뜻한 일상의 풍경은 하나하나가 컴퓨터로 그린 듯 완벽해 오히려 낯설고 차갑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파주시 파주출판도시)이 2025년 첫 기획 전시로 지난 1일 개막한 ‘o’Object 오’오브젝트’는 작가들이 몰입하고 있는 현장에 자주 등장한 오브젝트에 주목한다. 오브젝트들은 작가의 의도에 따라 캔버스를 통해 낯설기도, 익숙하기도 하며 변형된다.
전시엔 시각적 대상에 자기만의 주제를 투사하고 회화적 실험을 깊이 있게 실천하는 김지원, 정정엽, 홍경택, 김영성 작가의 작품이 걸렸다.
여러 연작 중 맨드라미를 가장 긴 호흡으로 이어오고 있는 김지원 작가의 시선은 겨울에 어둡고 탈색되고 스러져 버린 맨드라미에 가닿았다. 언뜻 보면 날카롭고 섬세한 터치로 사실적으로 표현된 듯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초점이 흐려진 것처럼 붉은 덩어리로 그려진 부분도 발견하게 된다. 지속적인 변화를 겪는 작가의 내면을 맨드라미로, 또 겹겹이 쌓아 올린 물감층을 통해 색다른 감상을 할 수 있다.
정정엽 작가는 살림을 하며 자주 마주할 수 있는 곡식을 캔버스로 옮겼다. 그가 그린 곡식은 알알이 모이고 흘러 다른 어떤 것이 된다. 작은 팥, 콩 알갱이, 녹두 한 알은 하나하나가 모여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 나간다. 평소 자신이 마주하는 작은 존재들에게서 특별함을 발견하고 그 이야기를 펼쳐온 정 작가의 시선과 커다란 호흡이 불어 넣어진 작은 존재의 이야기가 색다르게 펼쳐진다.
일상과 현실이 가상세계처럼 펼쳐진 공간도 있다. 홍경택 작가의 작품에선 음표가 모여 악보가 완성된 듯, 작가가 자유자재의 붓질로 창조해낸 일상의 풍경이 필기구와 책 등으로 정교하게 구축됐다. 김영성 작가는 사물 속 생물이 들어간 모습을 극사실적 정물화를 통해 구현했다. 유리와 금속 등의 차갑고 매끈하게 가공된 사물은 섬세한 돌기, 섬모, 털과 같은 생물의 조직 묘사와 정교한 조화를, 혹은 생경함을 이루며 치밀한 긴장감을 만들어 낸다.
형다미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선임 큐레이터는 “작가들이 주목한 오브젝트는 누구나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대상이지만 작가의 의도적 시선과 몰입에 의한 고밀도의 인내가 필요한 그리는 행위를 거쳐 캔버스에 흥미로운 모습으로 드러난다”며 “우리에게 익숙하기에 막상 그림 앞에 다가서는 순간 마주하게 되는 낯선 감정은, 그림으로써 세계를 통찰하고자 하는 작가들을 이해할 수 있는 결정적 단서가 된다”고 밝혔다.
전시는 3월 30일까지.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