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MBK, 국내 아연시장 독점 우려…산업계 긴장 고조

아연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와 직접적 연관은 없습니다.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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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파트너스와 영풍의 적대적 M&A 시도로 이달 23일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가 예정된 가운데 국내 아연 공급망에 심각한 교란이 우려되고 있다.

 

영풍·MBK가 고려아연 경영권을 장악할 경우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던 경쟁 체제가 무너지고 독점 체제가 형성되면서 가격 인상과 공급 안정성 훼손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14일 비철금속업계에 따르면 국내 아연 수요는 지난해 기준 약 43만5천톤으로, 이 중 고려아연이 약 29만5천톤, 영풍이 약 10만3천톤을 공급하며 두 기업이 국내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류비용과 철강업체의 특화된 제품 수요로 인해 해외 제품 대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두 기업의 독점은 아연 가격 상승과 공급 안정성 악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아연 가격은 런던금속거래소(LME) 단가를 기준으로 공급사가 프리미엄을 붙여 결정되며, 그간 고려아연과 영풍이 균형을 이루며 적정 수준의 가격 협상을 이어왔다.

 

그러나 MBK의 사모펀드 성향이 개입될 경우 수익성 확대를 위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해외 출자자 비율이 80%를 넘는 MBK파트너스 6호 펀드의 자금 출처가 중국과 중동이라는 점에서 국내 산업보다는 수익 극대화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아연은 철강의 부식 방지에 필수적인 소재로, 건설·자동차·가전제품 등 다양한 산업에 영향을 미친다.

 

아연 가격 상승은 철강재 가격 인상을 야기하며, 이는 국내 철강업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미 값싼 중국산 철강재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철강사들은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며 수입산 의존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한편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 속에서 국내 아연 공급망이 중국에 의존하게 될 경우 미중 갈등 및 공급망 경쟁 속에서 우리나라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속 업계 관계자는 “아연은 철강을 비롯한 국내 주요 산업 전반에 필수적인 국가기간산업 자원”이라며 “아연 생산과 가격 결정이 사모펀드의 영향력 하에 놓이게 되면 소비자와 산업계가 감당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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