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수금책 양심고백…“전 피해자면서 가해자, 죄송합니다” [SNS 부업 사기 해부②]

 

 

“과정이야 어쨌건 결과적으로 저는 피해자면서 가해자입니다. 저로 인해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그리고 더는 저 같은 사람이 나오지 않길 바랍니다.”

 

새해를 앞뒀던 지난달, 경기일보 본사에서 20대 여성 A씨를 만났다. 그가 ‘양심고백’을 하고 싶다는 이유였다.

 

현재 A씨는 ‘사기 피의자’다. 최근 2개월 사이 남양주, 울산, 부산, 강릉 등에서 4건의 신고가 들어왔고 이 중 2건에 대한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전부 “A씨로부터 부업 사기를 당했다”는 내용이다.

 

 

그도 첫발은 ‘부업 한 번 해볼까’하는 마음이었다.

 

A씨는 “눈을 다쳐 장애가 생기면서 여간한 일을 하기 어려워 지난해 11월께 SNS를 통해 부업을 알아봤다. 그게 시작이었다”며 “핸드메이드 팔찌를 만드는 일이라더니 물건은 오질 않고 ‘영상 캡처 부업’부터 하도록 했다”고 입을 뗐다.

 

그는 “영상 시청 화면을 인증하면 초급자 미션의 ‘임무 완료’를 했다며 포인트를 줬다. 일정 포인트가 쌓이면 현금으로 출금할 수 있는 구조인데 소액은 실제로 출금이 가능했다”고 설명을 이어갔다. (해당 부업 내용은 경기일보의 ‘SNS 부업 사기 해부①’편을 통해 상세히 확인할 수 있다.)

 

성실히 일한다고 오해하던 시간을 보내던 중 부업 관리자는 ‘잘 따라오고 있는 대가’로, A씨를 카카오톡·라인 등과 같은 채팅앱 내의 ‘VIP 미션그룹’ 방에 초대했다. VIP 미션그룹은 더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유혹하는 ‘가짜 판(가짜 단체 채팅방)’이다.

 

이 안에서 관리자는 적게는 1만 원, 많게는 100만 원을 입금하도록 하고 포인트로 수익을 정산 받으라고 안내한다. 예를 들어 10만 원을 내면 10만 원에 맞는 미션을, 150만 원을 내면 150만 원에 맞는 미션을 받아서 그걸 수행하는대로 수익을 준다는 것이다. 돈을 많이 낼수록 고수익이 난다고 꼬시는 속칭 ‘고수익 미션방’이다.

 

 

이 안에선 실존하는 비트코인 종목과 동일한 이름의 코인을 구매하거나 팔게 하는 미션들이 오간다. 특정 코인 종목을 80초 안에 구매하고 채팅 메시지창에 ‘상승’을 입력하게 하거나, 100초 안에 판매하고 ‘하락’을 입력하게 하는 식이다. 이 미션을 완료하면 가상 계좌로 포인트를 충전해준다.

 

A씨는 “관리자가 ‘가상 계좌 포인트는 모든 미션이 완료됐을 때만 출금된다’고 했기에 저는 의심스러우면서도 미션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엔 3만 원만 투자하면 됐지만 나중엔 100만 원까지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고 토로했다. 그렇게 그는 총 224만 원을 들였다.

 

추후 A씨는 고수익 미션을 멈추고, 영상 캡처 부업으로 돌아갈 결심을 했다.

 

A씨는 “미션 금액이 점점 올라 부담을 느껴 ‘일을 중단하고 싶으니 지금까지 모인 포인트를 출금해달라’고 했다. 근데 관리자가 ‘원금을 찾으려면 회계 업무를 해야 한다’면서 3일은 무조건 송금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렇게 지난해 11월25일부터 28일까지 3일간의 잘못된 판단이 A씨를 ‘수금책’으로, ‘피의자’로 만들었다. 후일담이지만 미션에 성공해도 돈은 돌아오지 않는다. “메시지로 ‘상승’을 입력하랬는데 왜 ‘하락’을 입력하느냐”, “80초 안에 하라고 한 걸 왜 100초로 하느냐”며 말을 바꾸고 미션을 실패했다는 이유를 든다.

 

A씨가 관리자에게 들은 ‘회계업무’는 다른 사람들이 보내는 돈을 받아 또 다른 계좌로 전달(송금)하라는 내용이었다.

 

A씨는 “하루 평균 5~6명이 제게 돈을 보냈다. 이들도 전부 피해자일 거다. 전체적으로는 1천300만 원 정도였고 저는 그걸 인터넷뱅킹 계좌로 송금했다”며 “일주일쯤 지나 제 계좌가 거래 정지됐다는 알람을 받고서야 잘못된 걸 알았다. 피해자들이 제 계좌를 신고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다단계처럼, 일당들은 ‘윤 씨’나 ‘한 씨’라는 관리자 아래 A씨 등을 담당자(수금책)로 두고 피해자들을 양산하고 있는 구조다. A씨는 본인이 ‘인턴’이라면 윤 씨나 한 씨는 ‘사원’이라고, 그 위로는 더 많은 직급과 직책이 있는 거대한 조직이라고 빗대어 표현했다.

 

A씨는 관리자에게 본인 계좌가 정지됐다며 돈을 돌려달라고 했지만 더 이상 연락이 되지 않았다. 지속적으로 메시지를 보내자 차단까지 당했다. 대화도, 원금 회수도 할 수 없었던 A씨는 경찰에 신고하고 자신에게 연락한 피해자들을 만나 상황을 공유했다. 일부 피해자와는 합의를 했고, 일부 피해자들은 용서하며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

 

현재 A씨는 자신에게 돈을 보냈던 ‘피해자’들에게 사비로 피해금을 변제하는 중이다.

 

A씨는 “저도 200만 원 이상을 사기 당한 피해자지만, 저에게도 피해를 본 힘든 분들이 계시다는 걸 충분히 알고 있다. 진심으로 죄송하다. 여건이 되는대로 나머지 모든 금액을 변제해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가 천 명 가까이 되는 걸로 아는데 (나와 같은) 중간책도 그 정도 될 것"이라며 “이 사건이 퍼져서 더 이상 피해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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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kyeonggi.com/article/202501155803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