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43일만…헌정사 첫 대통령 체포

尹대통령 “불미스러운 유혈사태 막으려 불법 수사지만 출석 응해”

윤석열 대통령이 탄 차량 행렬이 15일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향하고 있다.조주현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탄 차량 행렬이 15일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향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10시33분 체포됐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43일 만이자 법원이 같은 달 31일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지 15일만이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헌정 사상 첫 체포가 이뤄지면서 일각에서는 전세계로 국가 원수가 체포되는 모습이 생중계된 국격 붕괴의 현장이란 평가가 나오는 반면 현직 대통령도 내란을 일으키며 국민의 자유를 침해할 경우 법적 심판을 받을 수 있다는 민주주의의 실현이란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15일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 등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날 오전 4시32분께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서울 한남동 관저를 찾았다. 공수처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국방부 조사본부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는 오전 5시27분께 윤 대통령 대리인인 김홍일·윤갑근 변호사에게 체포영장을 제시했고, 이후 관저 강제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한차례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만 전날 수도방위사령부 55경비단이 공수처의 관저 진입을 막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오전 7시31분께 공수본이 사다리를 이용해 차벽을 넘어선 지 17분여 만에 별다른 충돌 없이 1차 저지선과 2차 저지선을 지났다.

 

이후 오전 8시24분께 3차 저지선까지 지난 공수처는 영장 집행 시작 5시간여 만인 오전 10시33분,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을 대상으로 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윤 대통령은 공수처에 체포되기 직전 3분 가량의 영상을 통해 “안타깝게도 이 나라에는 법이 모두 무너졌다”는 대국민 메시지를 남겼다. 공수처의 수사와 영장 집행을 “불법의 불법의 불법”이라고 표현한 윤 대통령은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서 일단 불법 수사이기는 하지만 공수처 출석에 응하기로 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어 “공수처의 수사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 “국민 여러분께서 그동안, 특히 우리 청년들이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정말 재인식하게 되고 여기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시는 것을 보고, 저는 지금은 법이 무너지고 칠흑같이 어두운 시절이지만 이 나라의 미래는 희망적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이 집행되면서 여권을 중심으로는 대한민국의 국격이 추락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전세계로 생중계 된 현직 대통령에 대한 헌정사 최초 영장 집행이 대한민국의 국격을 훼손한 불법 행위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반면 오히려 이 같은 모습이 민주주의의 실현으로 볼 수 있다는 평도 야권을 중심으로 쏟아졌다. 국가 원수라 하더라도 내란 혐의에 대해서는 강제수사 등 법망을 피할 수 없다는 걸 보여준 사례라는 게 핵심이다.

 

한편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주요 7개국 협의체(G7)와 유럽연합(EU) 주한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의식한 듯 “대한민국 경제시스템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권한대행 체제에서 우리 정부는 경제, 안보 등 각 분야서 흔들림 없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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