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한복을 찾는 사람들은 한 명도 없습니다.”
설 연휴를 앞둔 안양시 동안구의 한 한복점. 10년째 이곳에서 한복점을 운영해왔다는 A씨는 “20년 전까지만 해도 명절에 가족 전체가 한복을 대여하거나 맞추곤 했지만 이제는 명절 때 한복 대여 및 맞춤 문의는 아예 들어오지 않는다”며 “그래도 아이들에게 입힐 한복 문의는 종종 들어왔는데 그마저도 코로나19 이후에는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설명절뿐 아니라 평소에도 한복을 찾는 사람이 없어 매출이 코로나19 이전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한복점 유지가 도저히 어려워 폐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한복점이 밀집해 있었던 안산의 한복거리 또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곳에서 10년간 한복집을 운영했다는 B씨는 “결혼식 할 때 폐백용으로 한복을 주문하는 예약 건은 간혹 들어오지만, 명절에 한복을 입는 문화는 사라졌다”며 “한복 자체가 관리가 어렵고, 예전만큼 가족들 사이에서 한복을 입는 게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다 보니 한복을 찾는 사람도 많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같은 거리에서 7년째 한복점을 운영하고 있는 C씨도 “예전에는 종업원 2명을 두고 있었지만,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너무 줄어 종업원을 다 내보냈다”며 “혼자 해나가고 있지만, 이마저도 얼마나 더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하소연했다.
설 명절이 코앞이지만 한복을 입는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복을 입지 않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경기도 내 한복점들도 폐점 위기를 맞고 있다.
27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의 ‘2022 한복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0년 경기도내 445개였던 한복 업체 수는 2020년 258개까지 감소했다. 같은 기간 종사자수는 617명에서 367명으로 줄었고, 매출액도 193억9천700만원에서 103억6천700만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한복 산업 종사자들은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안으로 제시된 ‘온라인 한복점 운영’ 대해서도 현장에서 만난 한복점 운영자들은 막막하다는 입장이었다. C씨는 “온라인 한복 판매에 대해 알아본 적은 있었지만, 복잡한 규정과 절차가 잘 이해되지 않아 결국 포기했다”고 호소했다.
김시월 건국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한복 산업 매출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한복이 거추장스럽고 비싸다는 인식 때문에 사람들이 잘 입지 않는 방향으로 문화가 바뀐 것"이라며 “명절에 사람들이 다시 한복을 입게 하려면, 정부에서 한복 마련비를 지원해주거나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등에서 한복 입는 이벤트를 상용화 해 한복을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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