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유죄 의심 들지만 직접 증거 없어 무죄”라면

尹이 기소한 黃운하 무죄
내란 정황 진실공방 돌입
‘黃 무죄’가 '尹 무죄'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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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운하 사건에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있다. 총장 취임 두 달 만인 2019년 11월 본격화했다. 울산지검에 있던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옮겼다. 윤 총장이 꾸린 핵심 수사라인을 투입했다. 청와대의 공약 지원, 경쟁 후보 매수까지 뒤졌다. 추미애 당시 법무장관이 수사팀을 해체했다. 하지만 윤석열 검찰은 황 의원 등 13명을 모두 기소했다. 조국 수사에 이은 문재인 정부 초토화였다. 윤 총장은 영웅이 됐고, 이후 대통령까지 올랐다.

 

그 황 의원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징역 3년이었던 1심의 반전이다. 하명 수사에 의한 선거 방해 혐의는 이런 내용이다. ‘송철호 전 울산시장을 당선시키기 위해 황 의원, 송 전 시장, 청와대 관계자 등이 짜고 상대 후보(김기현)의 비위를 청와대에 넘겼고, 이를 하명받아 김기현을 수사했다.’ 판사의 무죄 판결 이유는 이렇다. “직접 증거가 없고 관련 증언 내용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비위 정보를 넘겼다는 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

 

언제부턴가 정치인 재판에는 공식이 생겼다. 판결에 불만 있으면 판사 이력부터 들춘다. 뭣뭣 소속이라고 욕하고, 누구누구 계보라며 탓한다. 이번 무죄 주심 판사도 예외 없다.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라고 공격한다. 장하성 동생 사건, 안태근 검사 사건 판결도 꺼낸다. 글쎄다. 그런다고 판결이 뒤집힐 것도 아닌데. 있는 그대로 해석하는 게 편하지 않겠나. 유죄 의심 들지만 직접 증거 없다고 하지 않나. 판단 자체에 오류는 없다.

 

사실 세인의 관심은 다른 데 있다. 황운하 판시(判示)를 윤석열 사건에 대입하는 시도다. 판결 직후 이미 유튜브에 등장했다. ‘황운하 무죄면 윤석열도 무죄다.’ 정말 그럴까.

 

4일 헌재에서 재판이 있었다. 이날 재판이 주목받은 이유가 있었다. 윤 대통령은 공수처 수사에 응하지 않았다. 검찰에도 출두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내란 사건은 각자 주장했다. ‘내란 유죄 윤석열’·‘내란 무죄 윤석열’. 증언·증인이라는 것도 전부 따로 말하는 거였다. 처음으로 부딪힌 게 이날 재판이었다. ‘체포조’를 증명하는 홍장원 국정원 1차장. ‘군 투입’을 지휘한 이진우 수방사령관, ‘요인 체포’ 부대장 여인형 방첩부사령관이 다 나왔다.

 

보고 싶은 눈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고 했던가. ‘윤석열이 이겼다’고도 하고, ‘내란이 증명됐다’고도 한다. 각자의 판단인데 함부로 평할 생각은 없다. 게다가 내가 본 기준은 다른 데 있었다. ‘서로 뒤엉키기 시작한 정황’이다. 거기서 윤석열 대통령의 특기가 떠올랐다. 특수부 검사였다.’ 특수 수사의 속성은 말싸움이다. 내란죄를 증명하는 것도 말싸움이다. 그 첫 번째 쟁송이었다. ‘체포조 운영’, ‘군 투입’ 증언이 마구 뒤섞였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호수 위 달 그림자 쫓는 느낌을 받았다.” 이 또한 배수의 진을 친 ‘말’이다. 최악에 대비한 방어 논리다. ‘내란 행위는 실행되지 않았다. 지시나 말로 내란 죄는 안 된다’. 초반인데 벌써 증언이 충돌하기 시작했다. ‘충돌시켰다’는 표현이 옳아 보인다. 내란 혐의의 정점에 그가 있다. 증언의 대부분은 전언(傳言)이다. 표현 하나로 모든 게 달라 질 수 있다. 사형 또는 무기를 때릴 중죄라서 더욱 그렇다.

 

황운하 무죄 판결을 이해하는 이런 견해가 있다. ‘해당 사건은 당사자는 아니라고 하는데 간접 증거로 피고인의 의도를 입증해야 하는 사건이어서 유죄를 인정받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이 견해를 윤석열 내란에도 대입하면 이렇다. ‘내란 사건은 당사자는 아니라고 하는데 간접 증거로 윤석열 내란 의도를 입증해야 하는 사건이어서 유죄를 인정받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적(敵)에서 같은 법리에 올라탄 윤황동주(尹黃同舟)를 보는 듯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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