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죄’ 회장 옭아맸어도 삼성은 계속 일자리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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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3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지난해 근로자를 가장 많이 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 가입자 변동을 토대로 분석한 자료다. 2024년 말 기준 국민연금 가입자는 삼성전자가 가장 많다. 12만5천593명이고 다음으로 현대자동차 6만9천285명이다. 1년간 국민연금 가입자 증가도 삼성전자가 가장 많다. 2023년보다 3.9% 늘어난 4천716명이다. 가장 많은 근로자를 보유한 곳도 삼성전자이고 지난해 가장 많은 근로자를 새로 뽑은 곳도 삼성전자라는 의미다.

 

기업의 채용 규모는 경영 실적에 비례한다. 호황일 때는 늘어나고 불황일 때는 줄어든다. 경영의 기본원리고 대부분 이대로 나타난다. 태영건설은 지난해 -23.8%의 고용수치를 나타냈다. 전반적인 경영 악화에 따른 직원 감소다. 코리아세븐(-20.3%), 아이에스동서(-18%), SK에코엔지니어링(-17%) 등도 모두 고용 감소를 기록했다. 작금의 삼성전자는 경영 위기의 연속이다. 이런 가운데 채용 증가는 통상의 법칙으로 설명이 안 된다.

 

10여년 전부터 시작된 오너 이재용의 사법리스크다. 2017년 국정농단에 연루돼 구속돼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사면까지 560일을 구속 수감돼 있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의 피고인으로 100여차례나 재판정에 서기도 했다. 2020년에는 경영권 승계와 관련돼 기소됐다. 기소된 혐의가 무려 19개나 된다. 그 항소심 결과가 4일 나왔는데 무죄다. 앞서 1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오너가 10년 넘게 검찰·법원을 오간 삼성전자다.

 

국내외에서 ‘삼성 위기론’이 이어졌다. 미래를 위한 투자가 어려웠다.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도 거의 없었다. 대만 TSMC 등 경쟁국 기업들은 그 사이 펄펄 날았다. 급기야 국내 경쟁자인 SK하이닉스에도 추월당했다. 2021년 초 500조원이던 시가총액이 300조원까지 떨어졌다. 평가 자산의 40%가 날아간 셈이다. 그런데도 삼성전자는 여전히 채용 1위 자리를 지켜 오고 있었다. 기업의 사회적 사명감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일자리는 정치에서 나오지 않는다. 수출 전략 회의 부활시켰던 박근혜 정부, 고용 현황판 내걸었던 문재인 정부, 그리고 청년 일자리 약속했던 윤석열 정부까지 모두 약속은 화려했다. 하지만 “청년 고용 목표 달성했다”라는 최종 보고서를 냈던 정부는 없다. 그 역할은 언제나 기업이 했고, 가장 큰 책임을 삼성전자가 했다. 10년 옥죈 끝에 항소심 무죄를 받아든 사법부, 그리고 거기 동조해온 정치가 새겨야 할 삼성전자의 ‘채용 1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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