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 빠진 독에 100억 모래 붓기… 왕산해수욕장 침식 심각

市, 훼손된 연안 정비 나섰지만
모래 채워도 없어져… 낭비 지적
일각 ‘마리나 시설 개선’ 목소리
관계자 “자체 검증 세부검토 추진”

왕산해수욕장 일대 모래가 여름엔 남→북, 겨울엔 북→남으로 이동해야 하지만 왕산마리나가 이 흐름을 막고 있다. (빨간색은 2013년, 노란색 줄은 2017년.) 중구 제공
왕산해수욕장 일대 모래가 여름엔 남→북, 겨울엔 북→남으로 이동해야 하지만 왕산마리나가 이 흐름을 막고 있다. (빨간색은 2013년, 노란색 줄은 2017년.) 중구 제공

 

인천 중구 왕산해수욕장에 100억원을 들여 모래를 채우는 사업을 놓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모래 유실의 근본적인 원인인 마리나 시설의 개선 없이, 단순히 모래만 붓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10일 인천시에 따르면 내년에 중구 왕산지구에 109억6천만원을 들여 해일·파랑·해수 또는 연안침식 등으로부터 연안을 보호하고, 훼손된 연안을 복원하는 연안정비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시가 이 사업으로 해변에 모래를 채워도 또 다시 모래가 없어질 것이 뻔해 예산 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인천 왕산마리나 전경. 경기일보DB
인천 왕산마리나 전경. 경기일보DB

 

왕산해수욕장은 최근 몇 년간 급격한 모래유실로 쏠림 현상이 일면서 침식된 넓은 백사장에는 바윗돌만 남아있다. 앞서 중구가 왕산해수욕장 일대 모니터링을 통한 침식 현황 등을 분석한 결과 왕산해수욕장 해안 남부는 2013년부터 10년간 약 8.2m까지 침식이 이뤄졌고, 북부는 12.8m가량 모래가 쌓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는 이 같은 연안 침식의 주요 원인은 인근에 왕산마리나가 만들어진 뒤 해변으로 밀려오는 물결의 주 방향이 바뀌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종전 왕산마리나 방향(북쪽)에서 왕산해변 방향(남쪽)으로 흐르던 연안류가 막히면서, 모래가 다시 되돌아오지 못해 남부에는 모래가 사라지고 북부에는 모래가 쌓이고 있다.

 

결국 시가 왕산해수욕장 남부에 모래를 채워도 현재 물결의 방향으로 인해 모래는 계속 사라지고, 반대로 북부에는 그만큼 모래가 쌓여가는 구조인 셈이다.

 

인천시의회 제300회 임시회의 건설교통위원회 소관 2025년도 해양항공국 주요업무보고에서 이인교 인천시의원(국민의힘·남동6)이 발의하고 있다. 인천시의회 제공
인천시의회 제300회 임시회의 건설교통위원회 소관 2025년도 해양항공국 주요업무보고에서 이인교 인천시의원(국민의힘·남동6)이 발의하고 있다. 인천시의회 제공

 

이 때문에 인천시의회에서는 이 같은 시의 사업 추진이 현장 실사는 물론 근본 원인조차 파악하지 않은 채 이뤄져 무용지물에 불과한 만큼, 왕산마리나 시설의 개선 등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인교 인천시의원(국민의힘·남동6)은 “100억원을 들여 모래를 채워넣는다고 해도 결국 마리나 시설이 존재한다면 결국 다시 없어질 것이 너무나 뻔하다”며 “이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왕산마리나 시설을 뜯어고치지 않는 이상 1천억원을 부어도 똑같은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며 “왕산마리나로 인해 뒤바뀐 물의 흐름을 되돌리는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종혁 시의원(더불어민주당·부평6)은 “인천 앞바다는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방파제, 접안시설, 매립 등 다양한 형태에 있어 해양 조류의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체계적인 해양환경 관리 및 연안 침식 문제 해결을 위해서 해양 빅데이터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해양환경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왕산해수욕장 일대 해안 침식이 왕산마리나로 인한 것인지 등에 대해 중구 차원에서의 원인 분석 결과일 뿐”이라며 “더 전문성 있는 자체 검증을 통한 세부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당장은 일대 침식 해안에 모래를 보급하고, 돌제를 쌓는 등 정비에 나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밖에도 장기적으로 해양환경관리시스템 등의 구축 및 활용방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시의 연안정비 사업은 중구 왕산해수욕장을 비롯해 용유지구(5억3천만원)와 옹진군 모래울동지구(28억2천만원), 소이작항지구(6억2천만원) 등 4곳에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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