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힘들지만 ‘당신 없으면 안 된다’라는 주민들의 말에 마치 중독된 것처럼 계속하게 돼요. 주민들이 원하고 제가 도움이 된다면 어떤 일이든 적극 해나갈 겁니다.”
시흥시 정왕본동 주민자치회장을 맡고 있는 전영옥 씨(67)는 2025년에도 쉬지 않고 나아간다. 주민과 함께 보폭을 맞추고 주민자치라는 일관된 목표를 향해 내달리는 이유는 이웃과 나눌 사랑이 아직도 많고 크기 때문이다.
2022년 9월, 첫 주민자치회 출범 후 초대 회장 취임에 이어 올해 연임된 전 회장이 정왕본동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93년. 당시 정왕본동에는 외지인이 많아 정착률이 낮다 보니 동네에 정을 붙이고 지역사회를 위해 일할 사람이 필요했다. 전 회장은 스스럼없이 몸을 던졌다.
그는 “삭막했던 동네가 조금씩 변화를 보이고 있었고 그 과정에 내가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했다”며 삶의 보람을 찾고 꿈꾸기를 멈추지 않았다.
새마을부녀회장을 시작으로 호적이 없는 주민들을 위한 지원부터 반찬 봉사와 이불 빨래 같은 복지 활동에도 솔선하며 지역주민의 정착을 부지런히 도왔다. 이후 자신이 필요한 곳이라면 서슴없이 달려갔다. 체육회, 통장협의회, 주민자치회까지 활동의 폭을 넓히면서 더 나은 정왕본동을 위해 매달렸다.
‘어차피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라면 내가 해보자’라는 결단으로 팔을 걷어붙인 전 회장에 대한 주민들의 깊은 애정과 신뢰는 그가 계속 나아가는 힘이 돼 줬다.
수십년간 쉼 없이, 해마다 한 걸음씩 더 발전하는 마을을 가꾸기 위해 주민들과 협력해 온 전 회장의 노력은 행정안전부장관상, 경기도지사상, 시흥시민대상, 시흥시 훌륭한 어머니상 수상의 결실로도 빛났다. 무엇보다 홀로 자녀들을 키우며 지역 활동까지 병행한 그의 삶은 누구보다 치열했다.
그는 회장 임기가 끝나는 2026년 말까지 어린이, 어르신, 외국인 등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 개발을 비롯해 마을 환경 정비에 주력할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주민 참여 예산을 활용해 마을의 유휴공간에 ‘빛의 거리’를 조성하고 낮과 밤이 아름다운 산책로를 선사해 지역주민들의 자긍심을 높였다. 전 회장은 “구도심의 이미지를 걷어내고 지나가는 새와 구름조차 잠시 멈춰 쉴 수 있는 아름다운 마을을 만들겠다”며 또 다른 꿈을 마음속에 채웠다.
주민자치회장으로서 ‘주민들에게 주민자치의 길을 제시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화두인 만큼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소통’이다. 최접점에서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주민자치라고 믿는다.
주민과 공감하고 같은 눈높이로 상황을 보며 마음속 진심을 여과 없이 전하는 데 탁월한 전 회장은 그간 다문화 소통·교류의 장을 만드는 데도 기여해 왔다. 정왕본동이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다양한 배경의 주민이 함께 어울려 사는 특별한 동네인 만큼 외국인 주민과의 소통에 집중하며 한국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집중했다.
그는 최근 주민자치 활동에 젊은 바람의 변화가 불고 있다며 반가워했다. 특히 일반 주민들의 참여가 눈에 띄게 증가하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전 회장은 그럼에도 여전히 주민자치회의 역할과 활동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만큼 주민자치 활동을 활성화하는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소통하고 마음을 나누면 무엇이든 된다’는 진리를 몸소 실천하는 전 회장은 이제 더 먼 곳을 보며 의욕에 불을 지폈다. 마을을 더 환하게 밝히고 주민들의 얼굴에 웃음꽃을 피우기 위해 한계를 넘어 다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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