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관리위원회의 가족·친척 채용 비위가 충격적이다. 감사원이 27일 공개한 감사보고서 속에 적나라하다. 17개 시·도선관위가 2013부터 2022년까지 실시한 경력 경쟁 채용(경채)은 167회다. 이를 점검한 결과 총 662건의 규정 위반이 발견됐다. 중앙선관위도 이런 비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2013년부터 2023년까지 124회 경채를 실시했다. 여기서도 비슷한 규정·절차 위반이 216건이나 확인됐다. 내용을 보면 더 충격적이다.
장관급인 김세환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의 아들을 채용했다. 김 전 총장 아들은 원래 인천 강화군청에서 8급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그러다 2020년 1월 인천선관위에 경채로 입사했다. 중앙·인천선관위는 선발 인원을 중간에 1명 늘리거나 전보 제한을 적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특혜를 줬다. 공고와 다른 기준의 서류 심사를 하도록 유도했다. 또 시험위원을 김 전 총장과 같이 근무한 적이 있는 내부위원으로만 구성하기도 했다.
차관급인 송봉섭 전 사무차장의 딸도 있었다. 2018년 1월 말 충남 보령시 8급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딸이 충북선관위로 가고 싶다고 했다. 송 차장이 충북선관위 인사담당자에게 직접 연락했다. 신분을 밝히고 채용을 청탁했다. 충북선관위는 이 청탁을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송 전 차장 자녀만을 대상으로 내부위원만 면접시험 등에 참여시켰다. ‘비(非)다수경쟁채용’으로 위법이다. 특정인 채용을 위한 조직적 비위였다.
선관위가 이런 비위를 은폐하기 위해 움직인 정황도 확인됐다. 2022~2023년 선관위 고위직 친인척 채용 논란이 생겼다. 진상 규명을 위해 국회에 답변을 제출하고 자체 특별감사를 실시하면서 감사원 감사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서류 파기 지시 등 특혜 사실 은폐를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 선관위의 인사 관리도 심각한 상태였다. 부당한 내부 규정을 운영하고, 심각한 복무 위반도 방치하는 등 방만한 인사관리가 드러났다.
선관위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서 중심에 있었다. 윤 대통령 측이 계엄 사유로 ‘부정선거 의혹’을 들었기 때문이다. 헌재에서 공방은 있었지만 부정선거 특정에는 이르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국민이 선관위에 신뢰를 보냈다. 우리도 그랬다. 선관위에 대한 신뢰는 사회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그런 신뢰가 크게 배신당하는 일이 생긴 것이다.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에 더 없는 빌미를 주게 됐다. 이마저 부인할 건가.
자신들의 아들딸 채용을 위해 국민의 아들딸 800명을 울렸다. 그렇게 채용한 고위직 아들은 ‘세자’라 불리며 근무했다. 비위를 감추는 데는 조직이 동원돼 한몸이 됐다. 이런 선관위를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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