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범죄부터 재난현장까지... 경기도 사건·사고 ‘해결사’

과학으로 단서 유추… 사건 실마리 푸는 ‘일등공신’
치매노인 단시간에 찾는 ‘체취 증거견’도 눈길

사회가 점점 복잡해지면서 범죄 수법 또한 다양하고 교묘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범행 목적도 불분명하고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늘어나면서 단순히 몇 가지 단서만으로 사건을 해결하기 어렵다.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사고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모든 것을 순식간에 앗아가는 화재는 원인을 파악하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인구가 가장 많은 경기도의 경우 다양한 사건과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 경기도에서 발생하는 사건, 사고를 해결하는 이들이 있다. ‘KCSI(Korea Crime Scene Investigation)’ 과학수사대다. 점점 지능화되고 있는 강력 범죄 현장과 예측할 수 없는 재난 현장에서 과학수사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경기지역 사건의 해결사, 경기남부경찰청의 과학수사대를 만나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작은 흔적도 놓치지 않는다’...사건·사고 현장에서 찾아내는 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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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희생자 신원확인 훈련(K-DVI)'에서 과학수사 대원들이 시신의 신원확인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경기일보DB

 

현대사회에서 과학수사 없이 빠른 시간 안에 범행의 단서를 유추하거나 사고 원인을 알아낼 수 없다. 경기남부경찰청의 과학수사대는 현장의 모습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흔적을 수집하고 분석해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낸다.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는 말처럼 작은 흔적도 놓치지 않고 찾아낸다. 지문, 신발의 문양, 혈흔 등 현장에 있는 모든 것을 수집한다.

 

화재 감식도 빼놓을 수 없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 잿더미가 된 현장에서 발화 원인을 찾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미세한 증거를 통해 화재 원인을 알아낸다.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대는 지난해 8월 19명의 사상자 발생한 부천 호텔 화재 현장에서 감식을 진행했고 곧바로 실화가 아닌 전기적 요인으로 인한 화재였다는 것을 밝혀냈다.

 

또 올해 1월 발생한 성남 야탑 복합상가건물 화재와 관련, 감식을 통해 화재 원인을 인지했다. 최초 발화지로 추정되는 건물 1층 음식점 주방을 비롯해 건물 전반에 대한 작업을 벌였고, 음식을 조리하던 중 불이 났다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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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희생자 신원확인 훈련(K-DVI)'에서 과학수사 대원들이 시신의 신원확인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경기일보 DB

 

과학수사대 등으로 구성된 ‘K-DVI’의 역할도 두드러지고 있다. K-DVI(Korea Disaster Victim Identification)는 대규모 재난이 발생했을 때 과학적인 방법으로 희생자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국제 표준 절차다. K-DVI팀은 화재 등 각종 재난과 사고로 숨진 피해자들의 지문, 문신 등을 채취하고 DNA 검사를 진행한다.

 

K-DVI는 지난해 6월 31명의 사상자를 야기한 화성 아리셀 화재 사고 등 대규모 재난 현장에서 다수의 사상자 신원을 신속하게 파악하는 데 활용되며 그 효용성을 입증했다. 특히 화성 아리셀 화재 사고의 경우 심각한 시신 훼손으로 지문 채취가 불가능했지만 K-DVI를 통해 이틀 만에 모든 사망자를 특정하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 ‘살인자도, 치매 노인도 한번에 찾는다’... 체취 증거견, 테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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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 증거견 테오가 치매 노인을 발견한 모습.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대는 체취 증거견도 운영하고 있다. 체취 증거견은 미귀가 또는 자살 의심 사건이나 도주 피의자 발생 시 현장에 신속하게 출동해 대상자를 발견·구조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경기남부청에서는 전문 핸들러 2명이 체취 증거견 각각 1마리씩 전담하고 있다.

 

특히 조헌오 경위가 운영하는 테오(3년생·마리노이즈)는 현장 수색 활동 투입 1년 차에 56건 출동해 16건의 성과를 냈다.

 

지난달 2일 충북의 한 아파트에서도 50대 A씨가 아내를 살해하고 도주하는 사건이 벌어졌는데, 야산으로 달아난 대상자를 찾기 위해 충북경찰청이 경기남부경찰청에 체취 증거견 지원을 요청해 테오가 해결했다. 테오는 수색 1시간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피의자를 발견, 사건을 조기에 해결하는데 기여했다.

 

또 같은 달 6일에는 광명의 주거지에서 집을 나가 안산시 수암산으로 올라간 후 연락이 두절된 75세 치매 할아버지를 찾아냈다. 당시 할아버지를 찾기 위해 경찰 기동대 등 수십명의 인력이 투입돼 3일에 걸쳐 수색했지만 발견하지 못했다. 테오가 투입 3시간 만에 나뭇잎을 덮고 추위를 견디고 있던 할아버지를 빠르게 발견하기도 했다.

 

테오 전문 핸들러인 조헌오 경위는 “수색 활동은 핸들러와 체취견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테오는 의도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한몸이 돼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도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어떤 현장에 투입되더라도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 ‘현실 상황, 선제적 대응’... 과학수사대 가상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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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대 폭발조사 훈련 모습.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대는 과학적인 수사를 위해 다양한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테러의 상황을 연출하거나 대형 재난이 발생했을 때를 가정하기도 한다. 특히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을 훈련, 선제적으로 대응한다.

 

지난해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로 국민의 불안이 커짐과 동시에 피해가 발생했다. 또 우크라이나전쟁 등에서 활용되는 드론을 이용한 폭탄 테러 가능성에 대비해 선제적인 대테러 가상훈련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대는 강원도 태백의 공군 필승사격장 훈련장에서 훈련을 진행했다.

 

과학수사과 폭발 후 현장조사팀인 PBI팀, 경찰특공대, 공군작전사령부 등 35개 기관, 약 120명이 참석했으며 대남 오물풍선과 드론 등을 이용해 실물 폭발물과 사제폭발물(IED)을 제작, 실제 상황과 유사한 폭발물 테러 가상훈련으로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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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대 신원조사 훈련 모습.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대테러 감식 능력 향상과 기관 간 원활한 협조 체제 구축을 위함이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 2015년부터 전국 최초로 폭발 후 현장조사팀을 편성해 매년 정례화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이 같은 훈련으로 지난해 대남 오물풍선을 발견, 폭발 후 현장조사팀을 비상소집 투입시켰고 오물풍선 엑스선 촬영 판독 후 무연화약과 점화장치(배터리 및 기판) 등을 확인하고, 점화장치 외부에서 지문과 유전자 감식을 실시해 신속한 신원 확인과 폭발물질 감정 등을 통해 도민의 불안감을 조기에 해소시킨 바 있다.

 

과학수사대 관계자는 “경기도는 신도시 증가로 인구가 집중되고 산업단지 또한 밀집해 대형 재난 사고의 발생 확률이 높은 곳이며 범죄 수법과 유형이 다양해지면서 과학 수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실질적이고 과학적인 훈련을 통해 각종 범죄와 재난 등 위험으로부터 경기도민의 일상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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