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홈플러스 4조 매각 후 기업회생… 고려아연도 같은 길 걷나

경기도에 위치한 한 홈플러스 전경. 경기일보DB
경기도에 위치한 한 홈플러스 전경. 경기일보DB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홈플러스가 결국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2015년 말 MBK에 인수된 이후 '자산 효율화'를 명목으로 핵심 자산을 대규모로 매각하며 운영자금을 확보해왔지만, 결국 경영 악화로 법원의 회생 절차를 밟게 됐다. 홈플러스는 4조 원이 넘는 현금을 확보했음에도 수익성 악화와 부채 증가를 피하지 못했고, 업계에서는 MBK의 경영 전략이 기업 경쟁력을 훼손한 결과라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MBK가 고려아연을 대상으로 적대적 인수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홈플러스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MBK가 홈플러스에서 적용한 방식이 고려아연에서도 이어질 경우, 핵심 자산 매각과 사업 분할을 통한 단기 수익 창출이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 4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홈플러스 측은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으로 단기자금 상환 부담이 커진 점을 이유로 들며, 기업회생절차를 통해 이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자산 효율화'를 명목으로 핵심 자산을 대규모 매각한 것이 경영 실패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2016년부터 2023년까지 홈플러스가 매각한 유형자산과 투자부동산 규모는 총 4조1천130억원에 달한다.

 

이 중 점포와 영업기구, 영업용 토지 등을 포함한 유형자산 매각액이 3조4천억원으로 가장 컸다. 반면, 같은 기간 신규 유형자산 취득액은 7천81억 원에 그쳐, 지속적인 자산 매각과 미약한 신규 투자로 인해 기업 경쟁력이 크게 악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국내 소매시장 규모가 2014년 382조원에서 2023년 509조원으로 33% 이상 증가했지만, 홈플러스의 매출은 2016년 6조6천67억원에서 2023년 6조9천314억원으로 거의 정체 상태다. 수익성도 악화됐다.

 

최근 3개 회계연도 연속으로 영업적자와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며, 부채비율은 663.9%에서 3천211.7%까지 급등했다. 이는 신용평가사들이 홈플러스의 등급을 하향 조정한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MBK의 경영 전략 실패가 고려아연 인수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MBK의 적대적 M&A를 주도하는 김광일 부회장이 홈플러스 대표이사로도 재직 중이라는 점에서 그의 경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MBK가 고려아연을 인수할 경우 핵심 자산 매각과 기술 유출, 산업 경쟁력 약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MBK는 이러한 지적을 거듭 부인하고 있지만, 과거에도 유사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 사례가 많았다는 점에서 신뢰도가 낮다는 견해가 많다.

 

2015년 홈플러스 인수 당시 MBK는 점포 매각과 구조조정 우려에 대해 “고용 조건과 단체교섭 동의를 존중하며,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없다”고 강조했지만, 결과적으로 대규모 점포 매각이 이뤄졌고, 이는 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이는 MBK가 과거 미디어 기업과 금융사를 인수했을 때도 유사한 약속을 했으나 결국 구조조정을 진행한 사례들과 맞물려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MBK의 경영 전략 중 하나가 '자산 효율화'지만, 홈플러스 사례를 보면 과연 지속가능한 방식인지 의문이 든다”며 “이번 기업회생절차 신청은 MBK의 경영 능력에 대한 신뢰를 더욱 떨어뜨리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려아연 인수 후에도 동일한 방식으로 비철금속 제련사업과 이차전지 사업, 전략광물 사업을 쪼개 팔고 기업회생 절차를 밟는다면, 국내 산업 경쟁력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정부와 정치권의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홈플러스 노동조합도 이날 성명을 통해 “점포 매각은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원인이었으며, 노동조합이 지속적으로 이를 경고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한 “자산 매각을 통한 일시적 자금 확보는 근본적인 경영 문제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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