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투표했는데”…탄핵정국 참정 금지 규정에 답답한 경기도 학생들

고교생 유권자 시대 정당가입 등 법률 허용 불구 일부 학칙은 금지
탄핵 찬반 격화 속 목소리 못내 “시대·학생 눈높이 맞춰 개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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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두고 찬반 대립이 격화하는 가운데 경기도내 학교 곳곳에 ‘정치 참여 금지 학칙’이 남아 있어 학생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법은 고등학생부터 정당 가입은 물론 투표권과 피선거권까지 모두 부여하지만 학칙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탓에 학교가 학생 정치 활동을 막고 있다는 것인데, 전문가들은 법령에 맞는 학칙 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11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20년 공직선거법, 2022년 정당법이 개정되며 16세부터는 정당 가입이 가능하고 18세부터는 지방선거 출마와 대선 등에서의 투표권 행사가 가능하다. 16~18세는 고1~고3에 해당하는 나이다.

 

법 개정 직후 교육부는 학생 참정권이 담긴 학칙 제·개정을 일선 시·도교육청에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도내 일부 학교에는 학생 정치참여금지 학칙이 남아 학생 정당 가입 및 권유, 정치적 의견 개진 등을 모두 금지하고 있다.

 

수원 A고교는 ‘학생회는 정당, 또는 정치적 목적의 사회 단체에 가입하거나 정치 활동을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고 용인 B고교는 ‘교내 정당 활동 및 선거 운동은 학교 질서유지와 학생 학습권, 교사의 교육권을 위해 일부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는 초중등교육법이 학생 참정권 행사 여부, 범위 등을 ‘학교 운영에 필요한 사안’으로 두고 조정할 수 있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정권을 규정한 법률과 학칙 제정 근거법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도내 한 고교생 C군은 “탄핵정국으로 학생마다 표현하고 싶은 생각이 있을텐데, 우리 학교는 정당에 가입하면 학생회 활동은 물론 시국선언 등 정치활동도 할 수 없다”며 “학생 정치 활동을 막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실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의 한 고등학교는 학생회 소속 학생들이 SNS에 비상계엄 사태를 비판하는 시국선언문을 게시하자 삭제를 요구,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와 관련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정치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참정권 관련 학칙이 바뀌지 않는 것은 위법 소지가 다분하다”며 “교육 현장의 의견은 반영하되, 학칙은 시대와 학생 눈높이에 맞춰 즉각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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