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유치원 ‘나홀로 호황’… 사교육 ‘빈익빈 부익부’

작년 유치원생 2020년 比 19.3%↓... 공사립 직격탄 휴업하거나 폐업
월평균 154만5천원 교육비 높은 영어 유치원 급증 ‘쏠림현상’ 보여
도교육청 “사교육 경감 대책 논의”

경기 지역의 한 유치원이 학부모 동행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경기일보DB
경기 지역의 한 유치원이 학부모 동행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경기일보DB

 

합계출산율 하락에 따른 유아 인구 감소로 공·사립 유치원이 휴·폐업을 지속하고 있지만 ‘영어 유치원’으로 불리는 유아 영어학원 수와 입학생 규모는 상승세를 지속, ‘유아 사교육 격차’가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교육 쏠림 방지에 나서야 할 경기도교육청도 이렇다 할 유아 사교육 대응책이 없는 상황인데, 전문가들은 초·중고교와 마찬가지로 유치원에 대한 공교육 신뢰 제고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29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도내 유치원생 수는 13만9천316명으로 집계, 4년 전인 2020년(17만2천582명) 대비 19.3% 급감했다.

 

4년 만에 3만3천여명의 유치원생이 사라지면서 도내 공·사립 유치원도 타격을 입고 있다. 공립유치원의 경우 원생 부족으로 휴업에 들어간 유치원 수가 2020년 33곳에서 지난해 117곳으로 4년새 3.54배 증가했다.

 

사립 유치원의 경우 2020년 956곳에서 지난해 816곳으로 14.6% 급감, 140곳이 페업을 선택했다.

 

박정순 수원유치원연합회 회장은 “도내 가장 인구가 많은 수원도 올해 두 곳의 유치원이 문을 닫았다”며 “현재 운영 중인 유치원도 원생이 계속 주는 탓에 휴업 내지 폐업을 고민하는 원장이 늘고 있다”고 토로했다.

 

반대로 도내 영어유치원의 수는 2020년 147곳에서 지난해 226곳으로 1.53배 급증했다. 최근 5~7세 아동을 모집한 수원 지역의 한 영어유치원은 신청 개시 2시간여 만에 모집이 마감됐으며 일부 대기 수요도 발생 중인 상황이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4 유아 사교육비 시험조사’ 결과에 따르면 영어유치원 월 평균 비용은 154만5천원으로 사립 유치원(22만6천원) 대비 6.83배 높게 집계됐다.

 

유아 수 감소로 유치원은 존폐를 걱정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교육비가 높은 영어 유치원만 나홀로 호황을 누리며 사교육 격차를 벌리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영어 유치원 쏠림 현상은 공공의 유아 교육을 학부모가 신뢰하고 있지 않은 방증이라며 공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진단한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영어유치원 쏠림 현상은 우리 사회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과 현행 유치원 교육이 그 안에서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교육 당국이 학부모 교육 수요를 적극 수렴, 반영해 유아 공교육 질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사교육 경감 대책이 초·중·고교에 집중돼 있어 유치원의 경우 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부의 교육비 조사 결과가 발표된 만큼 영유아 사교육 경감 대책 논의에 나서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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