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고금리 대출을 동원한 차입매수 방식으로 인수한 오스템임플란트에서 실적이 급락한 가운데 1천억원 규모의 배당을 단행해, 인수 기업의 자금을 사실상 회수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부채를 기업에 떠넘기는 LBO(Leveraged Buyout)의 폐해가 또다시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스템임플란트는 지난달 총 1천1억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최대주주인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는 지분율에 따라 이 가운데 892억원을 배당금으로 수령했다.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는 MBK가 오스템임플란트를 인수하기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으로, 인수 1년 만에 대규모 현금 회수가 이뤄진 셈이다.
MBK는 지난해 1월 유니슨캐피탈코리아(UCK)와 컨소시엄을 꾸려 오스템임플란트를 인수했다. 인수 자금은 자기자본 4천250억원에 NH투자증권 등 금융권 차입금 1조7천억원을 더해 조달했으며, 인수 직후 공개매수를 통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후 같은 해 8월 상장폐지를 단행하면서 오스템임플란트는 사실상 MBK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됐다.
이 과정에서 인수에 동원된 거액의 차입금은 고스란히 피인수 기업인 오스템임플란트의 부담으로 전가됐다. 지난해 말 기준 오스템임플란트의 총차입금은 6천372억원으로, 인수 전인 2022년 말 4천17억원 대비 58.6% 증가했다. 창사 이래 최대치이며, 이 중 60%가량인 3천824억원은 1년 이내 상환해야 하는 단기성 부채다. 고금리 상황에서 재무 부담이 가중되는 구조다.
더 큰 문제는 실적 악화다. 오스템임플란트의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535억원으로, 인수 전 해인 2022년(1천599억원) 대비 66.5% 급감했다. 영업이익도 33% 줄었고,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천221억원에서 1천44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그럼에도 1천억원의 현금배당이 이뤄지면서 배당성향은 189.9%에 달했다. 이는 최근 10년간 국내 기업 평균 배당성향(27.2%)을 7배 웃도는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MBK 특유의 고차입 인수 구조가 결국 기업의 실질 경쟁력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수익성이 나빠졌음에도 막대한 배당을 통해 투자금을 먼저 회수하는 ‘단기 수익 중심’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MBK는 오스템임플란트 외에도 구강스캐너 업체 메디트에서 899억원, 치킨 프랜차이즈 BHC(다이닝브랜즈그룹)에서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총 4천582억원의 배당을 받아갔다. 이들 모두 MBK가 SPC를 통해 인수한 기업들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달 초 보고서를 통해 “배당, 자산매각 등 과도한 투자이익 회수는 단기적으로 투자자에겐 이익이 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과도한 금융비용과 경쟁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 손해를 끼치는 루즈-루즈(Lose-Lose) 구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이사회 내부 견제 장치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오스템임플란트의 이사회에는 MBK 고위 임원들이 포진해 있다. 김광일 MBK 부회장은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이자 오스템임플란트 기타비상무이사로 윤리경영위원회 위원장을 겸직하고 있으며, 이진하 부사장도 기타비상무이사이자 투자심의위원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사회가 사실상 MBK 내부 인사들로 채워져 있는 만큼, 대주주의 자금 회수를 견제할 수 있는 구조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MBK가 고차입 구조로 기업을 인수한 뒤, 실적이 나빠져도 배당을 통해 자금을 먼저 빼가는 행태가 되풀이되고 있다”며 “이사회에 MBK 인사들이 대거 포진한 상황에서 독립적 경영 판단이 가능했는지도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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