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로비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초상화를 다른 위치로 옮기고, 그 자리에 자신이 암살 시도에서 살아남은 장면을 담은 그림을 내걸었다.
대부분의 미국 대통령 초상화는 퇴임 이후 백악관에 전시되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조치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백악관은 11일(현지시간) SNS 엑스(X·구 트위터)를 통해 "백악관에 새로운 예술 작품이 전시된다"며 메인 계단 옆 자리에 걸린 트럼프 대통령의 그림을 공개했다. 이 자리는 원래 오바마 전 대통령의 초상화가 걸려 있던 공간이다.
해당 그림은 2024년 7월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유세 도중 총격을 받고도 살아남았던 순간을 묘사한 것이다. 당시 그는 오른쪽 귀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주먹을 쥐고 "싸우자"고 외쳐 지지자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이 장면은 선거 국면에서 트럼프의 '강인한 리더십'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활용됐다.
그림은 당시 현장에서 AP통신 기자가 촬영한 사진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해당 그림의 작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한편 백악관 공보국장 스티븐 청은 X를 통해 "오바마 전 대통령의 초상화는 단지 몇 피트 옮겨졌을 뿐"이라며 "조용히 해, 바보야"라는 문구를 남겨 논란을 일축했다.
전통적으로 미국 대통령들은 직전 대통령의 초상화를 백악관의 주요 홀에 걸어 존중의 뜻을 나타내 왔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초상화는 2022년 조 바이든 대통령 주도로 백악관에 공개된 바 있다.
이번 초상화 교체는 트럼프 대통령과 오바마 전 대통령 간의 오랜 갈등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트럼프는 오바마의 출생지를 문제 삼는 음모론을 제기하며 정치적으로 부각됐고, 오바마 역시 공개 석상에서 트럼프를 강하게 비판해왔다.
현재 백악관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사저인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에는 암살 시도 당시의 장면을 형상화한 청동 조각상도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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