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에 넘어간 인천시 유형문화유산 ‘강화 고대섭 가옥’을 두고 인천시와 강화군이 공공매입 등을 서로 떠밀고 있다. 지역 안팎에선 우리나라 근·현대 한옥건축에서 큰 가치가 있는 고대섭 가옥이 훼손 및 방치되지 않도록 공공매입한 뒤 지역 역사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1일 시와 군에 따르면 군은 최근 시에 고대섭 가옥의 매입 등을 건의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강화 고대섭 가옥은 전통 한옥에 일본식 다다미 등 다양한 건축양식이 결합한 99칸의 민가건물이다. 1944년 강화 출신의 고(故) 고대섭이 지은 이후 대대로 내려와 지난 2006년 인천시 지정 유형문화재 제60호로 지정됐다. 그러나 고대섭 가옥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현재 소유자가 빚을 갚지 못하면서 지난 2022년 10월31일 법원 경매에 넘어갔다. 이 가옥을 담보로 한 총 채무 금액은 8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군은 강화 고대섭 가옥이 시지정문화유산인 만큼, 시가 직접 경매에 나서 공공매입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시지정문화유산의 관리 주체는 인천시”라며 “시가 공공매입을 통해 문화유산에 대한 보존 및 활용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에서는 문화유산을 보수 및 정비하는 실질적인 관리자는 군이며, 문화유산으로 보존해야 하는 의무 또한 시와 군이 똑같이 가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시는 시 자체적인 공공매입이 아닌, 군에서 강화 고대섭 가옥을 매입하면 일부 보조금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시는 고대섭 가옥의 건물과 토지 부분의 감정가(약 8억원) 중 60%를 지원할 방침이다.
앞서 부동산 감정평가사가 강화 고대섭 가옥의 위치 및 면적, 상태, 주변 환경 등을 고려해 산정한 감정평가액은 18억5천여만원이다. 지난 3일 열린 고대섭 가옥 경매에선 입찰자가 없어 유찰, 오는 5월7일 종전 경매가격에서 30% 떨어진 13억1천153만1천원에 경매에 부쳐질 예정이다.
지역 안팎에선 높은 문화·역사적 가치를 지닌 강화 고대섭 가옥이 부실한 관리로 훼손 및 방치되지 않도록 공공매입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지역 문화적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대책 마련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고대섭 가옥을 활용한 전시 및 문화 프로그램은 물론 일대 특별한 관광자원이 없어 주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해 있기 때문이다.
윤재상 인천시의원(국민의힘·강화군)은 “다양한 역사를 품은 인천의 문화유산이 경매에 나와 유찰돼도 인천시나 강화군은 관심도 없고 ‘강 건너 불구경’식의 행정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선적으로 상급기관인 인천시에서 공공매입을 추진하는 게 맞고, 매입이 이뤄진 뒤에 활용 가치 및 활용 방법에 대해 시와 군 차원의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 관계자는 “매입 등에 대해서는 군과의 협의가 필요하며, 아직까지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고대섭 가옥이 훼손되지 않도록 군과 함께 지속적인 정비 및 보존계획을 마련할 것”이라며 “전통찻집이나 홈스테이 등 문화유산을 활용한 사업 등 지역과 연계하는 사업에 대해서도 논의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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