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천하' 한덕수, 당원투표로 무산 정당성 잃은 기습 후보 교체... 보수진영 내상
국민의힘이 대선 후보 교체라는 초유의 내홍을 겪은 끝에 결국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김문수 후보가 당원투표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당 지도부가 전날(10일) 전격 추진한 '한덕수 추대' 시도는 하루 만에 완전히 무산됐다. 지도부가 김 후보의 자격을 박탈하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후보로 기습 옹립하며 후보 교체를 강행했지만 당심의 거센 반발에 부딪힌 것이다.
한 전 총리를 후보로 밀어붙인 지도부 전략은 결국 당원투표에서 제동이 걸렸다. 절차적 정당성을 결여한 채 강행된 후보 교체 시도는 당 안팎의 강한 역풍을 불러왔고, 이는 당내 갈등 실체만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사태는 본선 경쟁력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됐다. 당 지도부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밀리는 흐름을 보이던 김 후보 대신 중도 확장성과 안정감을 갖춘 한 전 총리를 새로운 대안으로 선택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이 무시됐다. 김 후보와 협의나 공론화 과정 없이 새벽 시간대 기습적으로 후보 교체가 단행됐다.
이번 사태를 시간순으로 짚어보면 10일 0시 45분, 당지도부는 김문수 후보의 자격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2시 30분 후보자 등록 공고를 냈다. 3시 20분 한 전 총리가 등록을 마쳤고, 4시 40분 "한덕수가 유일한 후보"라고 공식 발표를 했다. 이에 따라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한덕수 후보 변경안 긴급 당원투표'를 실시됐지만, 결과는 지도부의 기대와 정반대였다. 다수 당원들은 지도부의 일방적 기습 후보 교체를 거부했고, 결국 밤 11시 30분 김 후보는 다시 후보 자격을 회복했다.
당 안팎에서는 "당원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준 결과"라는 평가와 함께 "지도부의 무리한 단일화 시도가 오히려 당을 분열시켰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일부 의원들은 "정당 쿠데타"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강하게 반발했고, 익명을 요구한 한 중진 의원은 "지도부가 원팀을 깨뜨렸다. 이대로 선거를 치르기 어렵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특히 영남권 지역위원장들을 중심으로 "지도부가 대선 코앞에 벌인 모험이 당 전체를 위험에 빠뜨렸다"는 공개 성명을 준비하는 움직임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친윤계 핵심들과의 조율 없이 추진된 점을 결정적 패착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지도부가 '윤심'을 등에 업지 못한 채 후보 교체를 강행했고, 김문수 캠프는 "윤 전 대통령의 침묵은 묵시적 지지"라는 해석을 부각시키며 역공에 나섰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김 후보는 당원 60% 이상의 지지를 얻으며 당심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인물로 재부상했다.
한 정치평론가는 이번 사태 관련해 "단일화라는 전략적 명분으로 시작됐지만 추진 과정에서의 졸속과 강압적 접근은 보수진영 전체의 신뢰를 흔들었다"며 "김문수는 되살아났지만 당내 원팀 구상은 사실상 붕괴됐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한편 한 전 총리는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그는 11일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선 출마 결정 전후 내게 보내주신 응원과 질책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모든 것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승복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길 기원한다"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돕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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