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없다고 위해도 없을까… 형량 가벼운 ‘묻지마 폭행’

불특정 다수 향한 ‘이상동기 범죄’... 최근 2년간 88건 발생 ‘상해 35건’
‘맨손 폭행’은 가중 처벌 적용 안돼... 피해자 양산 우려 ‘제도 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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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달 25일 오전 7시께 수원역에서 30대 남성 A씨가 길가던 60대 여성 B씨를 무차별 폭행했다. 이를 목격한 행인 2명이 A씨를 말리자 A씨는 이들을 향해서도 주먹을 휘둘렀다. 경찰조사 결과 A씨와 B씨는 모르는 사이로 밝혀졌으며 A씨는 상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2. 지난 3월23일 남양주시 한 거리에서는 술에 취한 30대 남성 C씨와 D씨가 길에서 만난 10대 남학생 3명을 이유 없이 폭행했다. 이들은 피해자들과 이날 처음 만난 사이로 밝혀졌다. 하지만 가해자 두 명은 단순 폭행 혐의로 입건됐다.

 

성남에서 발생한 흉기난동 사건 이후 불특정 다수를 향한 ‘이상동기 범죄’ 우려가 커지며 처벌 규정도 강화됐지만 ‘묻지마 폭행’, 즉 흉기 없이 행한 범죄는 가중처벌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7일 경찰청에 따르면 이상동기로 인한 범죄는 2023년 46건, 지난해 42건 등 2년간 88건 발생했다. 범죄 유형별로는 상해 35건(40%), 살인 미수 26건(30%), 폭행 19건(21%), 살인 8건(9%) 순으로 집계됐다.

 

이상동기 범죄는 납득할 수 없는 동기로 불특정 다수에게 위해를 가하는 범죄로, 2023년 서울 신림역과 성남 서현역 등에서 발생한 흉기난동 사건을 계기로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국회는 이상동기 범죄 예방과 재발방지를 위해 흉기 소지, 불특정 다수에 대한 범죄 예고 시 가중처벌하는 ‘공공장소 흉기소지죄’와 ‘공중협박죄’ 등을 제정했다.

 

문제는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소지하지 않은 채 무차별 폭행을 가하는 ‘묻지마 폭행’은 가중 처벌 규정에 해당하지 않고 단순 폭행죄에 그친다는 점이다.

 

경찰 관계자는 “묻지마 폭행과 같은 이상동기 범죄에 대해서는 최근 시행된 ‘공공장소 흉기소지죄’와 ‘공중협박죄’를 적용할 수 없다”며 “불특정 다수에게 범죄를 행해도 신체 피해 정도에 따라 단순 폭행, 상해 혐의만 적용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상동기 범죄 자체가 시민의 공포심을 유발하는 중범죄인 만큼 ‘묻지마 폭행’ 역시 강력하게 처벌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이상동기 범죄는 개인이 아닌 불특정 사회 전반에 대한 증오와 분노를 표출하는 ‘증오 범죄’”라며 “시민들에게 공포심을 유발하고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하므로 흉기 소지 여부와 상관없이 가중처벌해 재발을 방지하고 추가 범죄를 차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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