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도지사가 해낸 업적이 있다. 광교산 자락에 있는 ‘고기리 계곡’이다. 수십년 동안 도시민의 휴식 명소였다. ‘닭백숙 계곡’ ‘××탕 계곡’으로 유명했다. 거기서 생겨난 게 계곡 불법 영업이다. 물에 발이라도 담글라치면 음식을 시켜야 한다. 이 불법이 2018~2022년 사라졌다. 경기도 전역에서 실시된 집중 단속이다. 체육 장비를 세워 불법을 막았다. 계곡으로 출입하는 계단을 놨다. ‘계곡을 도민에 돌려드리겠습니다.’
그가 이끌던 경기도정의 핵심은 복지였다. 만 24세 도민에게 연 100만원씩 줬다. 처음이었다. 학생에게 무상교복, 산모에게 산후조리비를 지원했다. 처음이었다. 경기도 전 지역에 지역화폐를 확대 시행했다. 공공 앱 개발, 마이데이터 행정 등을 도입했다. 공공개발 이익 도민 환원제를 추진했다. 역시 처음이거나 특화된 시도였다. 경험한 적 없는 신개념이었다. 실생활에 직접 도움으로 작용했다. 민선 7기 이재명 지사의 공이다.
김문수 도지사가 해낸 업적이 있다. 그때 ‘대심 철도’라는 걸 처음 들었다. 땅속 70m를 통과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평가 대신 비난을 해댔다. 천문학적 예산이 들거라며 코웃음을 쳤다. 경험도 없고 기술력도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경기도는 밀어붙였다. 신속 추진 TF를 만들었다. 민자 구상으로 재정 논쟁을 피해갔다. 예비타당성조사로 경제성을 증명했다. 이제 GTX 노선이 집값을 좌우한다. ‘우리 동네도 GTX 놔주세요.’
그가 이끌던 경기도정의 핵심은 경제였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단지를 유치했다. 해외 이전을 막은 거다. LG디스플레이 파주단지, SK하이닉스 증설을 성사시켰다. 규제와 싸웠다. 판교·광교·동탄신도시를 개발했다. 성공 모델을 보여줬다. ‘청렴영생 부패즉사’로 깨끗한 행정을 폈다. 경기도 청렴도를 1위에 올렸다. 경기도 미래 경제의 골격이 됐다. 기업과 일자리를 가장 많이 만든 시기였다. 민선 4·5기 김문수지사의 공이다.
그 둘이 대통령선거 후보다. 잘 보고 비교하면 재밌을 거다.
그때나 지금이나 경기지사는 대권 후보다. 민선 1기 이인제 지사부터였다.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민선 2기 임창열 지사도 잠룡이었다. 세칭 ‘경제 대통령’이었다. 민선 3기 손학규 지사도 그랬다. 당내 경선을 넘지 못하고 접었다. 민선 4·5기 김문수 지사는 현재 후보다. 민선 6기 남경필 지사도 경선까지 갔다. 민선 7기 이재명 지사는 현재 후보다. 민선 8기 김동연 지사도 경선을 치렀다. 도민도 잘 아는 경기지사 대권사다.
그런 전직 지사들이 한데 모였다. 대선 막판에 잡힌 장면이다. 평택에서 열린 유세 현장이었다. 이인제·임창열·손학규 지사가 김문수 지사를 응원했다. 좀처럼 보기 힘든 조합이다. ‘밥 자리’에 초청해도 누군 오고 누군 빠진다. 그러던 이들이 같은 날 유세장에 등장했다. 어차피 선거철이다. 해석은 정파에 따라 달라진다. ‘보기 좋다’, ‘보기 싫다’. 그런데 정치만 빼고 보면 반갑지 않나. ‘팔달산 도청’에서 근무하던 도지사들이다.
정치인 중 최고, 장관 중 최고였다. 왜 안 그렇겠나. 최고만 오는 경기지사 자리였다. 그 역사 속에 두 지사-김문수·이재명-도 있다. 이들 역시 최고의 도지사였다. 앞에서 대충 살핀 업적만 봐도 저렇게 많다. 저런 업적을 선거가 다 깎아 먹었다. 후벼 파이고 흠집 났다. 이제는 둘 다 너덜너덜해졌다. 끝물에 와 보니 ‘왜들 저랬나’ 싶다. 저 먼 지방에서야 모르니까 그렇다고 치자. 다 아는 경기도에서까지 그럴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
이번 대선의 중심이 경기도라고들 한다. 경기지사 출신이 대통령 될 거라고들 한다. ‘잘한 도정’을 추억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거다. 그게 두 후보를 배출한 경기도민의 소소한 특권이다. 이런 ‘경기도 대선’을 다시는 못 볼수도 있다.
主筆 김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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