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만남’에 대한 다섯 작가의 시선… 한강뮤지엄 ‘만나서 반가워’

김정미 作 ‘군중’. 한강뮤지엄 제공
김정미 作 ‘군중’. 한강뮤지엄 제공

 

현대사회에서 ‘진정한 만남’이란 무엇일까. 점점 희미해지는 관계의 본질을 예술적 시각으로 조명한 전시가 마련됐다.

 

한강뮤지엄(남양주시 와부읍)은 관계와 교류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상반기 기획전 ‘만나서 반가워’를 오는 8월 31일까지 선보인다. 전시에서는 김명종, 강병섭, 김정미, 임승천, 감성빈 등 다섯 명의 작가가 회화, 조각, 사진,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작품을 펼쳐보인다. 이들은 만남이 형성되는 과정과 그 속에서 변화하는 감정, 정체성을 탐색하며 각각의 작품을 통해 현대사회 속 관계의 의미를 재해석한다.

 

먼저 김정미 작가는 현대사회에서 개별성이 사라지고 획일화된 집단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탐구한다. ‘군중’ 시리즈에서는 익명의 무리에 섞여 개개인의 정체성이 사라져가는 모습을 표현했다. 모두가 비슷한 표정으로 먼 곳을 응시하는 모습이 공허한 느낌을 주는 동시에 화려한 머리와 액세서리를 통해 현대인의 본능과 욕망을 나타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개인과 집단의 관계, 또 관계 속에서 변화하는 개인의 모습을 사유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임승천 作 ‘고리 Ⅰ(Link Ⅰ)’. 한강뮤지엄 제공
임승천 作 ‘고리 Ⅰ(Link Ⅰ)’. 한강뮤지엄 제공

 

임승천 작가는 인간의 욕망과 사회적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존재의 모순을 조각과 텍스트를 통해 풀어냈다. 그의 작업 속 인간 군상은 경쟁과 연대, 소외와 공존 사이를 오가며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갈등과 모순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고리 Ⅰ’는 희로애락의 감정을 느끼는 인간의 모습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텅 비어있는 머리를 가진 두상이 겹쳐져 인간의 가장 연약한 부분인 감정을 드러냈고, 아슬아슬하게 맞물려 교차하는 붉은 실은 쉽게 끊어낼 수 없는 필연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고조되는 갈등과 양가감정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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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종 作 ‘미스터 뱀파이어–새시대’. 한강뮤지엄 제공

 

특히 김명종 작가는 영화적 서사와 이미지의 조합을 통해 개인과 사회의 관계성을 탐구한다. ‘미스터 뱀파이어’ 시리즈는 사진과 영상을 활용해 관찰자와 참여자의 시선이 교차하는 구조를 구축하며 관계 속에서 자아가 변화하는 모습을 담아냈다. 작품 속 인물들은 ‘파손 주의’ 스티커가 부착된 포장 과일로 표현돼 있다. 작품은 익숙하게 여겨지는 인물들의 모습과 반대로 익숙하지 못한 콜라주가 함께 나열돼 낯설면서도 안정된 느낌을 준다. 한 명이 촬영한 배경을 다양하게 콜라주하고 변형해 완성된 작품은 다양한 시점에서 마치 여러 명이 따로따로 만들어낸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데, 작가는 이를 통해 ‘자아’의 성찰을 이끌어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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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빈 作 ‘hug’. 한강뮤지엄 제공

 

감성빈 작가는 상실과 슬픔의 감정을 기록하고 재해석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김 작가는 감정적 교류 속에서 인간이 서로를 어떻게 위로하고 다시 연결되는지 탐구하며 치유적 요소를 조명했다.

 

강병섭 作 ‘KR-Gyeongbokgung Heungnyemun’. 한강뮤지엄 제공
강병섭 作 ‘KR-Gyeongbokgung Heungnyemun’. 한강뮤지엄 제공

 

강병섭 작가는 현실과 이상 사이의 긴장 관계를 색채와 공간의 변형을 통해 표현했다. 익숙한 장소를 낯설게 재구성하며 같은 공간에서도 각자가 경험하는 세계가 다르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드러냈다.

 

한강뮤지엄 관계자는 “전시는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만남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하며 관계의 의미를 고민하게 한다”며 “전시를 통해 변화하는 관계의 본질을 탐구하고 자신의 위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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