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경기한국어랭귀지스쿨... 언어장벽 없는 학교생활 ‘눈에 띄네’ [꿈꾸는 경기교육]

중국·러시아·필리핀 등 다문화 청소년 57명 재학
‘단기·장기·학교밖’ 세가지 유형 나눠 맞춤형 교육 
원적학교 적응 돕고 한국어 능력 향상 ‘시선집중’ 
교사·학생 만족도 커… 올해 최대 40곳 운영 예정

2025 교육현장을 가다 안산 경기한국어랭귀지스쿨

 

경기도교육청은 다문화학생의 지속적인 증가에 대비해 학생 맞춤형 한국어교육을 지원, 일정 수준의 한국어 소통 능력 및 문해력 신장을 통해 공교육으로의 진입을 지원하고 있다. 이는 다문화 인구 증가로 인한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한 상황에서 지역별 다문화 교육력 제고에 목적을 두고 있다. 도교육청은 올해 지역 단기위탁유형 30곳, 지역 장기위탁유형 여덟 곳, 학교밖 유형 여덟 곳 등 모두 46개 기관의 경기한국어공유학교를 운영할 예정이다. 이에 안산 글로벌청소년문화센터에서 운영되고 있는 경기한국어랭귀지스쿨(KLS)을 찾아 배움이 한창인 현장을 들여다봤다.

 

■ 중국 지린성 소녀, KLS 수업에 ‘폭싹 빠졌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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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길림성에서 온 김미란양. 박화선기자

 

중국 지린성에 살던 만 17세 김미란양은 2022년 11월2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2010년 일찌감치 일하러 한국에 들어온 엄마와 함께 살기 위해서다.

 

부모님을 따라 수원에서 군포로 이사한 후 입학한 고등학교에서 김양은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고민하고 있던 중 안산에 있는 친구를 통해 글로벌청소년센터를 알게 됐다. 그는 곧바로 담임선생님에게 입학절차에 대해 문의하고, 신청서 작성 후 면접을 보게 됐다.

 

김양은 면접 후 올해 3월17일, 안산 글로벌청소년센터에서 운영되고 있는 경기한국어랭귀지스쿨(장기위탁유형) 꿈빛학교에 입교할 수 있었다.

 

그는 “선생님들이 친절하게 잘 대해줘 잘 지내고 있다”며 “친구들을 많이 사귀고 있지만 중국어나 한국어가 잘 되지 않는 친구들과는 아직 어울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어시간과 체육시간을 좋아한다”며 “특히 체육시간 중에 베드민턴이나 피구, 농구 등을 할 때면 더욱 즐겁다”고 덧붙였다.

 

수업시간 중 한국어가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알아듣는 친구들이 서로 번역해서 도와주고 있다며 배운 내용은 다시 활동지를 통해 복습과 문제풀이 등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 중국·러시아·튀니지 등 학교안·밖 다문화학생 57명 ‘수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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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밖 유형 ‘안녕! 학교’ 학생들의 자기소개 시간. 박화선기자

 

“중학교·고등학교에서도 연결되는 내용이니 잘 들어보세요. 자, 이 문장을 중국어로 읽어볼까요.”

 

안산 KLS 장기위탁유형인 ‘꿈빛학교’ 수요일 2교시, 과학수업 중이다. 특이한 건, 수업은 한국어로 이뤄지지만 다문화 학생들을 위해 수업내용을 중국어, 러시아로 읽어보도록 한다는 점이다.

 

‘꿈빛학교’는 중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24명이 재학 중으로 이들은 한국어·영어·수학 과목의 수준에 따라 2개 반으로 구성돼 있다. 이 곳은 무학년제도로 운영되고 있지만 평가는 원적학교에서 치러야 한다. 안산 글로벌청소년센터는 한양대 에리카 산학협력단이 안산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중이며, KLS는 경기도교육청의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받고 있다.

 

KLS는 1년간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장기위탁유형인 ‘꿈빛학교’, 60일 과정의 단기위탁형 ‘꿈이음학교’, 학교밖 유형인 ‘안녕! 학교’로 운영되고 있다.

 

이곳은 중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우즈베키스탄, 필리핀, 베트남, 태국, 튀니지 국적 등의 학교 안과 밖 다문화 청소년 57명이 교육을 받고 있다.

 

옆 교실은 학교밖 유형 ‘안녕! 학교’가 한창이다. 이들은 학교밖 청소년들이 학교에 입학전 한국어를 배우는 단계다. 칠판을 향해 디귿자 형태로 앉은 이들은 교사가 나눠준 예문을 따라 읽고 있다.

 

예문은 약국에서 아픈 증상을 말하고 약값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을 제시하고 있다. 교사가 “언제부터 아팠어요”, “어제 저녁부터 계속 아팠어요”라고 말하면 몇번이고 따라하며 한국어 배우기에 열심이다.

 

또 다른 학교밖 유형 ‘안녕! 학교’는 자기소개 시간이 진행되고 있다.

 

튀니지에서 온 14세 아뎀은 유명한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 “프랑스 국가대표팀에서 뛰면서 월드컵과 챔피언십 경기에 나가 골든볼도 받는게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태국에서 온 19세 프리아는 “가장 행복한 순간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때”라며 “한국어를 배우고 친구들을 만나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전했다.

 

■ 경기한국어공유학교 운영, 교사 91%·학생 80%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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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수업 모습. 박화선기자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 12월2일부터 13일까지 경기한국어랭기지스쿨(KLS) 14개 기관에 학생 560명과 교원 80명을 대상으로 운영 만족도 및 한국어능력향상도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했다. 교사의 경우 만족 91.3%, 보통 6.7%, 불만족 2.0%로 답했다. 아울러 학생은 만족 80%, 보통 16%, 불만족 4.0%를 기록했다.

 

조사에 참여한 한 교사는 “수시로 학생 위탁 신청이 가능해 다문화학생이 입급할 경우 학교의 부담이 많이 줄었다”고 답했다. 또 러시아 국적의 한 학생은 “한국어랭귀지스쿨에서 배우고 나서 쉬는 시간에 언어가 통하는 친구들과 놀 수 있게 됐고 한국어 공부가 재미있어졌다”고 전했다.

 

도교육청은 KLS 운영으로 다문화학생의 한국어능력이 전 영역(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에 걸쳐 성적이 향상되는 등 운영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또 KLS에 입교한 다문화학생이 원적학교로 복귀한 후 학교 적응 및 한국어능력 향상이 두드러졌다. 이에 따라 지역별 KLS 설립 및 운영에 대한 교원 및 학부모들의 요구가 늘어났다.

 

도교육청은 31개 시·군별로 KLS를 1개 이상 운영하고 다문화밀집지역에 추가 설립해 2025년에는 최대 40곳을 운영할 예정이다. 또 KLS·다문화위탁교육기관·다문화에비학교·징검다리학교 등으로 운영되던 다문화 지원사업을 KLS로 통합 운영할 방침이다.

 

■ 경기한국어랭귀지스쿨 섹터별 운영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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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글로벌문화센터 수업 모습. 박화선기자

 

경기도교육청은 경기한국어랭귀지스쿨을 올해 섹터별로 통합, 확대, 신설해 적용하고 있다.

 

먼저 학교(1섹터)는 학급별 전환기 적응교육(옛 징검다리과정, 30교)을 통합하고 다문화 특별학급(61교 88학급)을 운영, 다문화언어 강사와 한국어 강사를 확대 지원키로 했다. 초·중·고 입학을 앞둔 다문화가정의 자녀를 대상으로 학기 시작 전 방학중 운영되며, 국내 출생 및 중도입국·외국인 등 학습자 특성을 반영해 생활과 학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하고 있다.

 

학교 여건에 따라 4~20시간까지 필요한 내용을 모듈형으로 구성하고 학생 및 학교 상황에 따라 전체 차시 내용 중 필요한 부분을 단원 순서와 관계없이 선택해 활용한다.

 

지역(2섹터) 연계 한국어공유학교는 지역별 다문화가정 학생 중 한국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학생으로 원적학교에서 위탁하는 학생이 대상이다.

 

교육지원청 필수 운영 모델로, 교육지원청에서 운영 가능한 장소를 직영 또는 민간위탁기관에서 운영할 수 있다.

 

단기형은 60일, 90일, 1학기로 교육지원청에서 계획 수립 시 추진을 선택해 한국어집중교육을 실시한다. 장기형은 1년 운영으로 경기도내 국·공립 교육 기관 및 직속기관, 지방자지단체, 공공기관, 비영리 법인이나 사회단체가 운영하는 대안교육 관련 기관이 응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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