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체 받은 돈이 ‘피싱 피해금’…법원 “부당이득·손해배상 채무 없어”

송금된 돈, 알고보니 보이스피싱 피해액…‘계좌 정지’ 진행
법원 ““구매자 신원·범죄 연루 여부 확인 책임 묻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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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부지방법원. 연합뉴스

 

채권자가 금전을 수령하는 과정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채권자에게 부당이득·손해배상 채무가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60대 여성 A씨는 지난 2023년과 2024년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두 차례에 걸쳐 외화를 판매하고 약 1천800만 원을 받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A씨는 은행으로부터 계좌 지급 정지 및 채권 소멸 절차 진행 통지를 받았다. A씨가 거래를 통해 받은 돈이 보이스피싱 피해금이었기 때문이다.

 

A씨는 거래로 정당한 대가를 받은 것일 뿐 범죄에 가담하지 않았으며, 채권소멸 절차가 시작되면서 자신도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17일 B씨 등 2명을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B씨 등 2명은 A씨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반박했다. 그들은 A씨가 “거액의 외화를 매도하면서도 거래인과 송금인의 인적사항 등을 면밀하게 살펴보지 않았다”며 A씨에게 불법 행위에 대한 고의 내지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강조했다.

 

사건을 심리한 서울서부지방법원은 “피고들에 대한 부당이득반환 및 손해배상채무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에게 외화 구매자의 신원을 확인해야 할 의무가 발생할 만큼 의심스러운 상황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송금 받은 돈이 범죄와 관련된 금원인지 알지 못한 것도 원고에게 과실을 물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와 관련, A씨를 대리한 법무법인 대륜 박정규 변호사는 “부당이득제도는 채권자가 금전을 수령하는 과정에서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채권자의 취득은 법률상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본다”며 “중고거래 환경에서 상대방의 인적 사항이나 입금자 명의 일치 여부 등을 별도로 확인하지 않는 점 등을 토대로 범행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해 승소 판결을 받아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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