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외로움 담당 부처 신설해야”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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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되거나 의지할 곳이 없어 쓸쓸하다. ‘외롭다’는 형용사에 대한 국어사전 풀이다.

 

죽음에 이르는 무서운 병이라는 진단도 제시됐었다. 덴마크 철학자 키에르케고르였다. 19세기였다. 당시는 이 사안이 학문의 영역이었다. 20세기에도 많은 학자들이 천착했다. 1,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에는 일상의 영역으로, 21세기에는 정책의 영역으로 들어섰다. 영국이 외로움을 담당하는 부처를 만들어서다.

 

당시 외신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트레이시 크라우치 체육·시민사회장관을 외로움 문제담당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으로 겸직 임명했다”고 알렸다. 2018년 1월이었다.

 

크라우치 장관은 900만여명이 항상 또는 자주 외로움을 느끼고 있고 노인 20만여명이 한달 이상 친구나 친척과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세계적으로 시간당 평균 100명, 연간 87만1천여명이 외로움으로 세상을 뜨고 있다고 경고했다. 외로움이 전쟁보다 더 무서운 질병으로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WHO는 보고서를 통해 세계 인구의 6분의 1이 외로움을 경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년층의 3분의 1, 청소년의 4분의 1 등이 사회적으로 고립된 상태라고 고발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연결 가능성이 무한한 시대에, 더 많은 사람이 외롭고 고립되고 있다. 외로움을 방치하면 교육·고용·보건 등 사회 전반에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초래한다”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외로움 퇴치 모범사례로 스웨덴이 소개됐다. 이 나라는 외로움을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로 인식하고 일상 공간에서의 사회적 연결 강화를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모든 아동·청소년에게 단체 여가 활동에만 사용할 수 있는 선불 카드도 지급할 계획이다.

 

외로움 문제가 단순히 남의 나라의 이야기일까. 과연 그럴까. 이 사안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처가 시급한 사유는 차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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