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안양’서 그리운 얼굴들 찾았어요!

“어머님께서 돌아가실 때 영정사진 하나 없어 기가 막혔는데 이 곳에서 돌아가신 어머님의 모습을 뵙게되니 꿈만 같습니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영정사진 하나 없어 한이 됐다는 장모씨(39)는 35년전 안양의 모습을 담은 100여점의 사진들에서 어머님의 살아생전 모습을 찾아냈다. 사진속 어머니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아직도 집에 어머님의 사진이 없다”며 어머님의 사진 한장을 줄 수 없겠냐고 안양시에 간곡히 부탁했다. 안양역 로타리부근에서 조그마한 노점상을 운영하던 어머니였지만 장씨에게는 단하나뿐인 어머니 모습이었다.

지난 3일부터 2박3일간 안양시 동안구 평촌동 중앙공원에서 열린 닐 미샬로프씨(61·Neil Misalov·캘리포니아 버클리)의 사진속에 담긴 기막힌 사연이다. 안양시 승격 30주년을 기념한 미샬로프씨의 초청사진전에는 우리에게서 조금씩 잊혀져가는 온갖 사연들이 담겨있다.

의용소방대원으로 활약하다 20여년 전 돌아가신 아버님의 농사짓는 모습을 찾아낸 한모씨(48). 한씨가 아버님을 기억할 만한 사진은 소방대원제복을 입은 단체사진 하나다. 그외에는 어슴프레 기억나는 몇가지 일들이 고작이다. 하지만 사진속에서 찾아낸 아버지의 모습에는 젊고 건강한 모습으로 농사일을 짓는 농부가 담겨있었다. 기억에도 한씨가 가진 사진에도 없는 이야기다.

한씨가 아버님을 찾게 된데는 친구의 도움이 컸다. 친구가 공원에서 사진전시회를 찾았다가 한씨의 아버님과 너무나도 비슷한 모습의 사진을 발견했던 것. 이 이야기를 들은 한씨는 가족과 함께 전시장을 찾아 잃어버린 가족을 찾은 듯한 기쁨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사연들 가운데는 작가인 미샬로프씨의 사랑이 담긴 사연도 있다.

사연의 주인공은 미샬로프씨가 군복무를 할 당시 자신을 짝사랑하던 한 여학생. 단발머리에 입가에 환한 미소를 머금은 채 한복을 차려입은 모습에선 누가봐도 청순함을 느낄 수 있을 만큼 단아한 모습 그대로다. 사진속의 세월은 그대로 멈춰져 있지만 미샬로프씨의 희끗한 머리와 주름에서 지나간 세월을 느끼게 한다.

이처럼 미샬로프씨가 앵글속에 담은 사진속 주인공들 가운데는 꿈속에서도 그리워하던 아버지의 모습과 어머니의 모습이 담겨있고 미군의 짚차가 지나면서 내는 흙 먼지속을 함께 쫓아가던 친구의 모습 등 한장 한장의 사진속에는 다양한 사연들을 담겨 있다.

/안양=구재원기자 kjwoon@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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