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야속하기만 합니다”…가뭄에 지친 농가 폭염, 폭우에 또 울상

▲ 가뭄, 폭우, 폭염 등 극단적인 이상 기후현상으로 농가는 더욱 혹독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불볕더위가 이어진 30일 오후 이천시 장호원읍의 한 복숭아 농장에서 농장지기 김영석씨(71)가 낙과로 상품 가치를 상실한 복숭아를 모아 폐기처분 하고 있다. 오승현기자
▲ 가뭄, 폭우, 폭염 등 극단적인 이상 기후현상으로 농가는 더욱 혹독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불볕더위가 이어진 30일 오후 이천시 장호원읍의 한 복숭아 농장에서 농장지기 김영석씨(71)가 낙과로 상품 가치를 상실한 복숭아를 모아 폐기처분 하고 있다. 오승현기자
“가뭄이 끝나니 폭우와 폭염이 번갈아 괴롭히네요. 하늘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사상 최악의 가뭄 이후 찾아온 폭염과 폭우에 경기도내 과일 농장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특히 낙과와 열과 현상이 잇따르면서 여름 과일 출하를 앞둔 농민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30일 오후 2시께 이천시 장호원읍 대서리 H 농원. 농원을 운영하는 김영석씨(71)는 땅에 떨어진 복숭아들을 보면서 한숨만 내쉬었다. 가뭄 때문에 밤새 물을 대가며 복숭아를 살리려 노력했더니, 7월부터는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찾아오며 복숭아 품질을 다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복숭아는 조생종의 경우 6월 하순, 중생종은 8월 초, 망생종은 9월 등 품종에 따라 수확 시기가 다 다른데 뜨거운 햇볕이 지속되면서 한꺼번에 다 익어버렸다. 

이마저도 낙과ㆍ열과 현상까지 겹치면서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제품은 얼마 되지도 않는다. 김씨는 “모든 복숭아가 다 익어버려 자라지도 않은 품종들까지 수확할 수밖에 없었다”며 “예측 불가능한 날씨 때문에 손해가 더 커질 것 같아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화성시 송산면 용포리의 포도농장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평년보다 일찍 포도알이 영근 데다가 끝나지 않는 장마에 품질 저하 우려까지 겹쳤다. 특히 다른 과일들보다 낮은 높이에서 자라는 포도의 특성상 폭우 등으로 물에 잠길 경우 황변 현상(잎이 노랗게 변하는 현상)까지 일어날 수 있어 피해가 막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포도농장을 운영하는 신현수씨(59ㆍ여)는 “지난해도 무더위 때문에 손해가 많았는데 올해는 더 더운 것 같다”며 “비까지 많이 오는 바람에 수분을 많이 흡수해 알맹이들이 터질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배를 재배하는 안성시 미양면 신기리 D 농원도 폭염, 폭우에 가지가 축 쳐진 데다가 배 당도마저 낮아질 걱정에 농장 직원들이 분주한 모습이었다. 농장주 김상설씨(73)는 “가뭄 때는 배나무 가지가 늘어져 아침, 저녁으로 붙잡아 주느라 고생이었는데, 이제는 물을 너무 많이 흡수해 갈라지는 게 많아졌다”며 “적당한 날씨가 지속돼야 하는데 하늘이 야속하기만 하다”고 울상을 지었다.

수습 정금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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