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학교 국어문화원 박덕유 원장(59)은 “한국은 서구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세계화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한글을 세계에 퍼트리는 것도 세계화의 방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국어문화원은 공공언어, 방송언어, 청소년 언어문화를 개선하고자 전국 시ㆍ도에 설치한 기관이다. 박 원장은 인하대 국어문화원이 2011년에 설치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박 원장은 인천에도 외래어로 된 공공언어가 많은 점을 지적했다. 그는 “지금 인천의 슬로건도 외래어다. 특히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교량, 도로, 공원 명칭이 대부분 서구언어로 돼 있다”며 “이는 한국이 국제화를 생각할 때 영어를 떠올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제화하면 영어만을 생각하고, 외래어에 무감각한 인식 등 지금의 공공언어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망가져 가는 청소년 언어도 고민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 청소년이 사용하는 언어를 살펴보면 뜻을 전혀 알아볼 수 없다. 특히 한글은 표기하기가 쉬움에도 초성만 쓰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언어 습관에 대해 외국인들은 한글은 과학적이라 표기하기 쉽다고 주장하는데 정작 한국인들은 줄임말을 쓴다고 반문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언어에는 유희성이 있으니 상황에 따라 규칙에 맞지 않는 방식으로 한글을 쓸 수는 있지만, 한글의 세계화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부담이 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박 원장은 한글의 언어 경쟁력을 10위권 안으로 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세계 인터넷 언어 사용 순위는 한글이 18위다. 한글을 사용하는 인구 수도 14위여서 언어 경쟁력을 놓고 봤을 때 10위권 안에 들어가지 못한다”며 “세계의 언어가 1~2주에 1개씩 사라지는 현실에서 한글도 절대 안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박 원장은 “표음문자와 표의문자의 속성을 둘 다 가지는 한글의 속성을 이용해 두 문자의 장점을 잘 살리는 방식으로 언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먼저 국민이 올바른 언어 습관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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