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여야 대표들에게 ‘꽃할배’라는 표현을 쓰면서 평양행 동행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야당으로부터는 ‘오만방자’하다는 말을 들었고 이낙연 총리는 국회 답변에서 ‘적절한 표현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임 실장은 좋은 뜻으로 ‘꽃할배’라는 표현을 썼는지 몰라도 듣는 사람은 기분이 좋을 리 없다.
야당 대표나 국회의장이 가지 않을 것을 알면서 그냥 던진 의도가 보인다.
임 실장은 지난 아랍에미리트(UAE) 특사 파견 때도 여러 번 말을 바꾸고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를 무시하는듯한 발언도 여러 차례 했다. 얼마 전에는 탁현민 행정관의 사의를 반려하면서 ‘첫눈이 오면 놓아주겠다’는 어설픈 시적인 표현을 썼다가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재기가 번득이고 상황 판단이 빠르다고 알려졌다. 정치적 야심도 대단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임 실장은 비서실장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 두 번의 미국 국방장관과 포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던 도널드 럼즈펠드는 대통령 비서실장의 임무는 ‘대통령에게 나쁜 소식을 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통령에게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임무 태만이고 세상을 ‘그들’과 ‘우리’로 나누지 말라고도 했다. 지금 대통령을 비난하는 사람들도 인간 문재인은 겸손함이나 진실성만큼은 접고 들어간다.
다만, 측근에 얹혀서 자신의 결정 권한을 너무 위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있다. 자신의 정치적 대부였던 노무현 대통령도 회의나 토론은 많이 했어도 한미 FTA나 이라크 파병, 제주 해군기지 건설 같은 국가의 안위를 결정하는 문제에는 결기를 보여줬다.
임 실장은 대통령 비서실장 본연의 임무를 넘어서 정치적 문제에 너무 나서고 대통령의 올바른 판단에 조언하기보다는 본인의 목소리를 강조해 정치인으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가뜩이나 먹고사는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대통령에게 고언(苦言)하고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만나게 해야 하는 게 그가 당면한 임무다. 혹여 비서실장이란 자리가 자신의 정치적 야심을 위한 디딤돌로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사람은 자신이 센 자리에 있으면 모든 것을 컨트롤 할 수 있다는 오만에 빠진다. 아무리 겸손하고 신중한 척 위장을 해도 대다수 사람을 속일 수는 없다. 그래서 권력은 사람을 눈멀게 한다.
대통령의 멘토라고 불리는 정해구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장이 8년 전에 이명박 정권을 비난하면서 쓴 글이 있다.
‘정권이 막무가내로 밀어붙일 때 국민의 피로감은 증대되고 권력의 오만이 극에 달한다. 사태판단의 균형감각을 회복하고 과도한 욕심에 대한 자기 절제만이 살길이다.’ 임종석 실장이 명심해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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