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집권 자민당 총재 경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역대 최장수 총리를 예약했다. 사학 스캔들 등으로 한때 낙마 위기를 맞았던 아베가 전후(戰後) 최장수 총리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한마디로 경제 살리기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소위 ‘아베노믹스’라고 불리는 아베의 경제정책 덕분이다.
아베는 기업인 우대, 대담한 금융 완화, 재빠른 재정 정책으로 20년간의 침체한 일본 경제 분위기를 바꿨다. 완전고용(실업률 3%) 상태를 넘어서는 낮은 실업률, 올해 대학생 취업률 98%,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비 사상 최고, 900만 명에 머물던 외국인 관광객 3배 증가 등 국민이 체감하는 통계가 그 증거다.
일본을 보면서 느낀 점은 스캔들도 경제적 성공 앞에서는 맥을 못 춘다는 역설적 사실이다. 부인이 연루된 사학 스캔들은 공무원들의 공문서 조작도 곁들인 가공할 범죄행위였다. 우리 같았으면 촛불집회에 이어 정권의 붕괴를 자초했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적 성공은 쓰나미처럼 이런 스캔들을 모두 묻어버렸다.
‘친기업, 친시장’으로 요약되는 아베의 성장전략은 우리하고는 정반대다. 노동시장 개혁, 법인세율 인하, 수도권 규제 완화, 규제개혁특구 확대 등 우리 정부가 싫어하는 것만 골라서 했다.
기시 전 총리의 외손자, 외상이었던 아버지 밑에서 금수저로 태어나 다소 유약한 이미지를 가진 정치인 아베는 사실 우리에게 비호감이었다. 박근혜 정권에 이어 문재인 정권하고도 별로 궁합이 맞지 않았다.
하지만, 놓인 현실이 이러니 어쩔 수 없다. 오히려 아베에게 경제적 성공의 조언을 들어야 할 판이다. 실업자가 8개월째 100만 명을 돌파했고, 소득 격차도 최악의 상태인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일자리 정부’를 자처한 정부가 취약계층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
평양에 간 문 대통령의 시청률이 처음보다 반 토막 이하로 떨어졌다. 백두산에서 물을 떠오고 송이버섯 2t을 받아와도 약발이 다한 느낌이다.
문제는 경제다. 우리가 잘 돼야 그렇게 정부가 소망하는 북한도 도와줄 수 있다. 아베가 가장 강조하는 신념은 지성(至誠)이라고 한다. 최선을 다해 목표한 바를 이룬다는 뜻이다. 그는 이런 신념을 정책에 접목시켜 일본경제를 화려하게 되살렸다.
그는 감동적인 수사와 현란한 말장난도 별로 없다. 측근의 어설픈 시적(詩的)표현이나 치기어린 이벤트도 없다. 하지만 결과로 증명했다. 현상의 정확한 진단과 올바른 해법만이 있을 뿐이다.
아베의 연임은 우리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사마천은 ‘최악의 정치는 백성과 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우리 정부는 먹고사는 문제를 가지고 국민과 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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