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누구를 위한 주택 공급정책인가
[사설] 누구를 위한 주택 공급정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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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급등하는 뉴스로 떠들썩하지만 정작 일반 시민들은 남의 얘기로 여기며 허탈감과 위화감을 느끼고 있다. 정부가 강남 일대의 주택가격 급등에 대한 부동산 정책으로 투기수요를 억제하는 고강도 대책을 9월 13일 발표했다. 이어서 같은 달 21일 과감한 공급정책으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신도시 4~5곳을 건설하는 등 추가로 30만 호를 공급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이러한 정부의 수도권 주택 공급정책은 우선 수도권 과밀화 현상을 심화시켜 지방의 주택시장과 형평성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물론 수도권 서민의 주거안정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중론이다. 오히려 신도가 새로운 투기 대상이 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서울을 비롯한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들도 과거 이러한 실패경험을 바탕으로 정부의 공급정책에 반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2016년 전국의 주택보급률은 102.6%이며 서울도 96.3%로 100%에 근접하고 있다. 하지만 자기 집을 보유한 비율은 전국의 경우 2010년 60.3%에서 2016년 59.9%로 낮아졌고 서울은 50.4%에서 45.7%로 더 낮아져 내 집을 마련한 가구가 절반에 못 미친다.
서울에서 2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가 2012년 30만명에서 2016년 37만4천명으로 24.7%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또한, 2012년 이후 수도권의 저소득층 자가보유율은 낮아졌지만 중고소득층은 높아졌다. 새로 공급된 주택을 족족 집 부자들이 가져갔다는 결과다.
문재인 대통령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임명하는 자리에서 “가격도 중요하지만 자가보유율이 더 중요하다”며 “주택보급률은 100%가 넘지만 자가보유율은 그 절반 정도”라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일부 지역과 계층의 개발 논리에 밀려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거나 그린벨트 풀어 공급을 늘리는 것은 투기세력에 좋은 먹잇감을 던져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규제 완화나 그린벨트를 해제한 공급정책은 이미 과거 정부에서 충분히 경험한 시행착오였다. 이명박 정부가 그린벨트를 해제해서 만든 보금자리주택 지구의 세곡동 아파트는 초고가 아파트가 됐고, 2017년 그린벨트에서 해제된 성남시 금토동 땅값도 3배가 뛰었다.
서울 강남에 집중된 고가 주택의 급등 문제를 방관할 수는 없지만 이를 빙자한 주택공급정책의 우매한 시행착오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집 없는 서민들은 투기와는 거리가 멀고 고가의 주택이 필요하지도 않다. 막대한 자금과 한정된 토지자원을 동원하는 정부 정책이 투기세력의 먹잇감이 되지 않고 진정한 실수요자인 서민 주택으로 공급되도록 공공정책의 본질적 책임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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