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너지고 있는 한미동맹, 보고만 있어야 하나

남북이 15일 고위급회담에서 12월 초 이전에 동·서해선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을 하기로 합의했다. 착공식을 놓고 미국이 대북제재 위반으로 문제 삼을 경우 한·미가 공개 충돌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미 국무부는 곧바로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는 별개로 진전될 수 없다”면서 사실상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얼마 전 강경화 장관의 ‘5·24 조치 해제 검토’ 발언으로 한미는 공개적 파열음을 노출했다. 트럼프는 ‘한국은 우리의 승인 없이 제재를 해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폼페이오 장관의 욕설 파문까지 있었다. 우리 외교부 문건에서도 미국의 불만은 사실로 판명났다.

우리에 대한 미국의 인식 변화이다. 우리 정부는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하나 믿을 국민은 거의 없다. 근본적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우리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맞다. 정부는 그때그때 트럼프의 비위를 맞춰주며 넘어가려 하나 그것도 한계에 달한 상황이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심각한 경제위기를 평양으로 시선을 돌리려 하나 여의치가 않다. 그러다 보니 여러 현안에 있어 즉흥적이고 근시안적 임시변통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 공공기관 단기 알바, 한시적 유류세 인하, 수습 불가 부동산 대책, 탈 원전 등 국가의 미래를 고려치 않는 일들을 마구 던지고 있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안보와 경제인데 둘 다 걱정이다. 안보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통해 북한의 핵 위협을 없애는 것인데 북한 비위 맞추기에만 골똘하니 미국으로부터 믿지 못할 나라로 전락했다.

김정은의 핵은 결국 트럼프와의 담판에서 결정된다. 아무리 한반도 운전자 역할을 강조한들, 미·북의 이해관계가 서로 떨어지지 않으면 해결은 불가능하다. 북한이 우리에게 바라는 것은 돈뿐이다. 딱한 얘기지만 우리의 명운과 관련된 남의 싸움에 조정도 못하고 돈만 대고 욕만 얻어먹는 형국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과 미·중·러·일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펼치나 결국은 누구의 편도 되지 못하고 안보를 위협받게 되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70여 년 동맹으로 이어온 한·미동맹이 심각한 균열조짐이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한국이 자기 편인지 북한 편인지 계속 묻고 있다.

우리가 처한 상황은 주도권을 쥘 처지가 아니라 어느 편에 서야 하는 서글픈 상황인데 지금 허세를 부리고 있다. 국제 정치는 아무리 현란한 수사를 펼쳐도 결국 편 가르기 게임이고 생존과 번영은 그 보답이다. 우리의 생존을 김정은과 시진핑, 푸틴, 아베가 보장할 리 없다. 트럼프와 같이 갈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운명이다.

대북제재에 있어 너무 앞서 나가 미국을 잃게 되는 우(愚)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미국이 아쉬우니 우리를 포기하지 못할 것이란 어리석은 미몽에서 빠져나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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