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전교조가 리얼미터와 함께 ‘법외노조 관련 국민의식 조사’를 한 결과 52.9%가 ‘전교조 합법화에 찬성했다고 한다. 그런데 설문을 보니 어이가 없다. 합법화 찬반을 묻는 말은 ‘박근혜 정부에서 법외노조가 된 전교조를 다시 합법화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였다. 법외노조가 된 것은 법을 어기고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뒀기 때문이다. 법 위반 사실은 빼고 ‘박근혜 정부’만을 강조한 것이다.
리얼미터는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 광역의원 비례대표 정당지지율이 18.9%라고 발표했으나 실제 득표율은 27.76%로 9%의 차이가 났다. 수치스러울 정도의 여론조사 결과다. 리얼미터가 매주 발표하는 국정지지도 및 정당지지도 조사는 대부분 ARS를 통해 이뤄지며 응답률은 5% 안팎이다. 낮은 응답률에다 표본의 대표성이 무너지는 상황에서는 지지 집단의 편향이 절대적이다.
리얼미터가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와 관련한 여론조사에 대해 국민은 분노했다. 여론조사의 공정성 논란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서는 아예 노골적이고 파렴치한 수준이다. 특정 답변을 유도해 자기 입맛대로 여론을 조작한다면 이는 여론조사가 아니라 여론조작이다.
얼마 전 리얼미터가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정당 지지율 격차가 좁혀진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해찬 대표는 “이상한 여론조사”라고 한마디 하자 이틀 만에 13.1%로 급격히 벌어졌다. 리얼미터는 한국당의 악재로 이런 결과가 나왔다면서 이를 비판했던 일부 언론에 대해 고소를 예고하는 등 강경 대응을 하고 있으나 국민은 여론조사기관이 불끈하는 것 자체부터가 괘씸하다.
여론조사는 표본 선정과 설문 방식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온다. 잘 모르는 국민은 결과만을 그대로 믿기 십상이다. 하지만, 그런 결과가 계속되면 국민도 더는 속지 않는다. 오히려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여론과 정반대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조작된 여론조사는 잠시 여론을 호도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결국 자기 자신에게 돌아오게 된다.
여론조사는 객관성과 투명성, 정치적 독립성을 갖추기 힘들게 됐고 신뢰성만 떨어뜨리고 갈등만 부추길 뿐이다. 비단 여론조사뿐 아니라 정부에서 발표하는 각종 통계도 마찬가지다. 처칠은 “통계란 술 취한 사람 옆에 서 있는 가로등이다. 빛을 비추기보다는 기대는 용도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제 처칠의 말에 ‘여론조사’도 추가해야 할 것 같다.
간교하게 속이거나 책략을 꾸미는 마음을 기심(機心)이고 한다. 기심은 유혹의 독성이 강하나 자신을 파멸로 몰고 간다. 나치의 나팔수 괴벨스는 “거짓말도 계속하면 대중들은 믿게 돼 있다”고 했는데 이런 전철을 밟으면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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