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환경의 보고(寶庫)’로 되살아난 안산 갈대습지가 물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탓에 바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던 시화호에 생명을 불어넣고자 조성된 안산 갈대습지가 물 부족에 시달리면서 ‘육지화’가 진행, 수질오염 우려는 물론 동ㆍ식물의 서식활동도 위협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오전 찾은 안산시 상록구의 안산 갈대습지공원. 무더운 날씨임에도 자연을 벗 삼아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을 갈대습지 내 곳곳에서 포착할 수 있었다.
안산 갈대습지는 지난 1997년 정부의 시화호 수질개선 종합관리대책의 일환으로 시화호 상류 지천을 통해 유입되는 생활ㆍ축산폐수 등 오염원을 자연정화하고자 정부가 3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조성한 습지다. 안산시와 화성시를 지나는 반월천ㆍ동화천ㆍ삼화천의 물이 바로 이 갈대습지를 거친 뒤 시화호로 유입되고 있다.
그러나 삼삼오오 모여 여유롭게 산책에 나서는 시민들의 모습과 반대로 습지 안은 2~3m 높이에 달하는 갈대, 줄 등의 습지식물이 숨 쉴 틈 없이 빼곡히 자리하고 있었다. 이처럼 높게 솟은 갈대 중 일부는 한반도를 할퀴고 간 태풍의 여파인지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습지의 표면 위에 쓰러진 채 방치되고 있었다.
이날 갈대습지에서 만난 A씨(57ㆍ여)는 “일주일에 1~2회씩은 꼭 갈대습지공원을 찾아 산책하는데 올해 여름은 특히 갈대가 많이 자라 습지란 이름이 무색하게 물이 보이지가 않는다”며 “습지공원을 걷다 보면 백로로 보이는 새가 먹이사냥을 위해 수면으로 날아들다가 높이 솟은 갈대들에 막히는 장면도 심심치 않게 본다”고 설명했다.
환경전문가들은 이같이 습지 안에서 갈대 등의 습지식물이 무분별하게 성장ㆍ확산하는 이유로 물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점을 꼽고 있다.
일정 수준의 수위가 유지되면서 습지식물의 생육을 어느 정도 제한해야 하는데 물이 부족함에 따라, 습지 바닥의 진흙이 굳어 토양처럼 변하며 식물들이 걷잡을 수 없이 자라난다는 것이다.
시화호 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는 최종인씨는 “갈대습지가 물 부족 탓에 습지가 아닌 일반 땅처럼 변하며 식물들이 무성히 자라, 개방수면(노출돼 있는 물 표면)이 사라지고 있다”며 “식물이 개방수면을 뒤덮으면서 새들의 먹이활동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육지화로 인해 개구리, 붕어, 물자라 등 양서ㆍ어류 생물의 폐사도 우려된다. 특히 오랜 시간에 걸쳐 어렵게 자리 잡은 수달과 삵, 저어새 등 갈대습지 내 멸종위기 동물들도 서식활동에 위협을 받아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갈대습지 내 개펄의 육지화가 계속되면 2~3m 길이의 갈대가 쓰러졌을 때 바닥에 그대로 쌓이면서 질소와 인 등의 물질이 발생한다”며 “이들 물질이 시화호로 유입돼 또 다른 오염원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안산시 관계자는 “올해 갈대습지에 물이 부족해 식물의 무분별한 생육과 육지화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알고 있다”며 “이 같은 물 부족 문제가 이어지지 않도록 중ㆍ장기적으로 갈대 등 식물 정비, 습지 내 준설 등의 대책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구재원ㆍ채태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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