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언론인 유시민’이 챙긴 ‘정치인 유시민’
[김종구 칼럼] ‘언론인 유시민’이 챙긴 ‘정치인 유시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편파 언론 탓하며 편파 논리
조국 두둔 끝 ‘나홀로 대권’
‘정치인 유시민’ 여전히 총명

“유튜브 언론인으로 취재차 전화했다”. 다시 들어봐도 절묘한 해명이다. 안 그랬으면 온갖 비난을 샀을 상황이다. 전화했던 시기 자체가 민감했다. 최성해 총장이 총장상 위조 폭로를 했을 때다. 언론이 ‘여권 유력 인사들 압력성 전화’라고 썼다. 김두관 의원은 ‘아는 사이라 조언한 것’이라고 했다. 비난만 더 샀다. 유시민은 달랐다. ‘나는 언론인이고, 그래서 취재했다’고 했다. 뭐라 할 수 없었다. 그때부터 그는 ‘언론인 유시민’이 됐다.

그러면서 ‘언론인 유시민’의 모순도 시작됐다. 모든 취재는 보도를 목적으로 한다. 보도가 안 되는 취재는 두 경우다. 하나는 ‘기삿감’이 안 되는 경우다. 최 총장은 취재 대상 1호였다. ‘기삿감’은 충분했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른 하나는 ‘말아 먹는 것’이다. 대개 ‘바람직하지 않은 이유’가 해당된다. 어느 경우였는지는 모른다. 어쨌든, 그는 보도하지 않았다. 통화 사실조차 숨기고 있었다. 타 언론이 이랬다면 당장 편집국장 탄핵할 일이다.

한 달여 뒤엔 언론을 공격했다. KBS 법조팀의 인터뷰를 문제 삼았다. 정리하면 ‘KBS가 인터뷰 당사자(김경록)의 의도대로 보도하지 않았다’다. 그러면서 신의성실원칙 위반이라고 했다. 왜 언론이 취재 대상 입맛대로 따라야 하나. 취재 대상의 말이 반드시 진실이라고 누가 단정하나. 언론의 책임은 검증 없는 보도가 아니라 걸러내기에 있다. ‘언론인 유시민’도 그랬다. 김씨 말을 추려내고 가려 썼다. 신의성실도 책임이 전제될 때 얘기다.

그제는 공정 언론을 얘기했다. 언론의 왜곡을 바로잡는 일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보자. 지난 한 달여간 그는 진보의 첨병이었다. 조국 구하기로 모든 논리를 풀었다. 이를 보며 많은 국민이 환호했다. 그렇다고 유시민의 알릴레오가 공정 언론으로 정의되진 않는다. 애초부터 세상 언론은 누군가엔 편파다. 마르크스의 ‘라인신문’도, 레닌의 ‘프라우다’도, 그리고 자본 미국의 많은 언론도 누군가에겐 극악무도한 편파언론이었다.

많은 욕이 ‘언론인 유시민’을 향했다. 전에 없던 평까지 나왔다. ‘총기를 잃은 듯하다’. 과연 그럴까. 유시민은 총기를 잃었을까. 언론이라면 이골이 났을 그다. 진영에 줄 선 언론 현실을 잘 알고 있을 그다. 그 구획은 권력도 어찌할 수 없음을 잘 알 그다. 자신의 언론 행보가 모순됨도 모르지 않았을 그다. 취재였다면서 보도하지 않은 모순, KBS 욕하면서 자기도 각색하고 있다는 모순…. 그런데도 그는 억지스럽게 직진했다. 왜 그랬을까.

그가 대답할 리는 없고, 대신 지금 정치 상황을 보자. 김경수 지사는 일찌감치 묶였다. 안희정 전 지사는 돌아올 수 없다. 이재명 지사도 위기의 끝자락에 있다. 이 판에 조국 장관마저 떠났다. 대권 후보들이 몰락했거나 몰락 중이다. 어느새 대권 운동장이 텅 비었다. 남은 건 유시민과 박원순이다. 이리 되고 보니 유시민 만의 확실한 공이 생겼다. ‘당신들은 조국 논란 때 무엇을 했느냐’는 물음에 그만이 할 수 있는 답이다. “치매 취급받으며 싸웠다”.

사람들이 유시민을 너무 가볍게 봤다. 그는 이슈 잡아먹기의 달인이다. 대형 이슈마다 열매는 그가 가져갔다. 행정수도 이전이 헌재에서 위헌 결정을 받았다. 그날 TV 토론에 투사로 그가 나왔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이 가결됐다. 그날 가장 처참하게 나뒹군 게 그다.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했다. 그의 영전에 담뱃불을 그가 올리기 시작했다. 조국 사태에 그는 언론인으로 뛰어들었다. 한 달여를 우당탕 흔들어댔다. 그러더니 또 주인공이 됐다.

‘언론인 유시민’이 잃은 것? 그는 본디 언론인이 아니었다. 애초부터 잃을 것도 없었다. 이래서 ‘정치인 유시민’이 여전히, 그리고 무섭도록 총명하다는 것이다.

主筆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연예 24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