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거법 개정의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

국회는 27일 ‘선거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올리고 다음 주인 12월 3일 ‘공수처 법안’을 올린다. 이번 선거법 개정안의 골자인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일반 국민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다.

한마디로 말하면 전체 의석 300석은 그대로 놔둔 채 비례대표 의석을 과거 47석에서 75석으로 늘리고,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의당을 비롯한 군소정당이 절대 유리하고 문재인 정권은 군소정당들에게 연립정부의 구성을 제안해 헌법도 개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유한국당은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것이다.

국민의 대표는 지역구가 주(主)이고 비례대표는 종(從)이다. 정당 득표를 사장시켜서는 안 된다는 이유로 비례대표를 늘리는 것은 억지논리다. 비례대표는 과거처럼 ‘돈국구’나 당내 기득권층의 이익을 위한 들러리로 전락할 수 있다.

내년 총선은 지금 집권당에게는 유리할 게 없기에 선거법을 개정해 차기 집권을 노릴 수밖에 없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27일 0시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이대로 가면 정국이 또다시 파국으로 치달을 게 불 보듯 뻔하다. 여야간 협상이 계속되는 건 다행이지만 중요한 것은 게임 룰을 제1 야당의 동의 없이 강행하면 안 된다는 사실이다.

집권 여당이 강행한다면 그 결과는 상상하기조차 싫다. 그리고 이제 자유한국당도 의미 있는 대안을 제시할 때다.

문 대통령은 이번 선거법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내년 총선이 최악의 사태로 갈 거라고 생각하기에 사활을 걸지 않을 수 없다.

자유한국당 역시 절체절명의 상태다. 오죽하면 홍준표 전 대표가 공수처법을 양보하더라도 선거법은 통과시키면 안 된다고 말하겠는가. 죽음을 각오한 제1야당 대표의 단식은 집권여당의 입장에서 모른 척 하기는 어렵다.

더불어민주당도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채 밀어붙였다가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게임의 규칙인 선거제도를 게임 참여자들 합의 없이 강제로 바꾸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세계 어떤 민주국가에서도 이런 룰은 없다. 선거제도 변경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면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사태도 올 수 있다.

선거는 민심을 반영해야 하고 참여자 모두 정정당당한 룰에 승복해야 한다. 정책과 인물, 실정에 대한 심판이 선거의 전부다. 꼼수로 국민을 현혹시키거나 민심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 한국 정치는 선거제도만큼은 합의 처리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제도를 정치적으로 악용하지 말고 페어플레이로 가기 바란다. 그동안 실망했던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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