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스펙이 도용당했습니다.”
경기도 내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고3 학생이 다른 동급생의 스펙을 도용해 작성한 자소서로 대학교에 수시 지원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 당국은 사실이 아닌 내용이 적힌 자소서를 받은 대학교 측을 상대로 사실 관계 파악에 나섰다.
8일 도내 H 고교에 재학 중인 A군과 학교 측에 따르면 A군은 수능을 치르기 전인 지난달 6일 수험생들이 자주 보는 한 인터넷 수험생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을 보다가 자신이 주도적으로 학교에서 개최한 토론회를 대외 활동으로 적어 올린 글을 보게 됐다. 자신의 두 눈을 의심한 A군은 곧바로 해당 글에 “궁금한 점 쪽지를 보내도 되나요?”라고 답글을 달았고, “네”라는 답변을 받았다.
그러나 해당 글은 약 1시간 뒤 A군이 주최한 토론회 대외 활동 내용만 삭제된 채 수정됐다. 결국, A군은 같은 학교 학생일 것이라는 생각에 학교 교무실로 찾아가 글을 보여줬고, 이후 동급생이 해당 글을 작성한 사실을 알게 됐다. 이 동급생은 A군의 대외 활동을 자기소개서에 허위로 작성한 사실을 인정했다. 또 이 동급생은 이 자소서를 5개가 넘는 대학교에 수시 지원한 사실도 토로했다.
하지만 A군은 자소서 허위 기재 문제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야 했다. A군은 “이 문제를 학교에 제기하고 나서 일부 선생님이 ‘선생님들도 생활기록부를 과장하는데 선생님도 징계 먹일 거냐’, ‘너 대학 붙었다고 분위기 흐리는거냐’라면서 제가 가해자인 마냥 이야기 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지금 학교 분위기도 저보다 같은 수험생인 친구들이 분노하고 있고, 이러한 문제가 사회 전반적으로 확대돼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측은 지난달 15일 두 학생 모두 불러 사실 확인서를 작성하고, 자기소개서 사실 확인을 요청한 대학 측 공문에 답신하는 등의 절차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H 고등학교 관계자는 “문제를 인지하고 나서 자기소개서를 바로 확인했고, 내용 중에 사실이 아닌 사항이 있었다”며 “객관적 사실 그대로 사실이 아닌 사항을 두 학생에게 확인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대학교 측에서 자기소개서 확인을 요청하는 내용의 공문이 왔으며, 관련 공문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A군이 민원을 제기한 만큼 사실 관계 파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편, 커뮤니티 사이트에 토론회 관련 해당 글을 올린 학생 측 학부모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정민훈ㆍ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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