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행궁비담] 관광객과 지역 예술인이 어우러진 개성만점 소통극

“수원 문화·관광계 비주얼담당 자리매김”

“아니, 이 도령님. 춘향이가 어디있는지 알고나 나서야 되지 않겠습니까?”, “정조대왕께서 수원화성에 당도하셨는데 다들 나오지 않고 뭐하는 게냐!” 지난 7월14일 일요일 오전 11시30분 수원화성 신풍루 앞에는 약 200여 명의 관객이 야외 무대를 둘러싸고 공연을 관람하고 있었다. 얼굴에 분칠을 한 각설이 3명은 자기들끼리 떠들고 놀다 관객에게 구걸하고 말장난을 걸고, 기녀 2명과 행궁아씨, 궁녀는 저마다 요염한 몸짓으로 무대 분위기를 우스우면서도 에너지 넘치게 꾸미고 있었다. 약 30분 간 진행된 공연이 끝난 후엔 11명의 배우가  관광객과 함께 사진 촬영과 말장난 등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점심시간 이후에도 관광객과 배우의 역할놀이가 이어졌으며 오후 4시30분부터는 약 1시간 동안 장기자랑 시간이 열려 관광객들에게 즐거운 주말을 선사했다. 

지난 7월에 시작해 10월까지 약 40회의 공연을 선보인 <어서와, 행궁비담>은 이 같은 형태로 진행됐다. 수원문화재단이 진행한 이 프로그램은 단순 문화재 관람에서 벗어나 관광객과 재현배우들이 소통한다는 점에서 수원 문화계와 관광계의 이정표 같은 행사로 자리매김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에 본보는 행궁비담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수원 문화계와 관광계에 끼친 영향을 조명하고 향후 프로그램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문체부 관광특구 사업으로 출범, 다양한 캐릭터들이 전하는 수원 이야기

<어서와, 행궁비담>은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관광특구 사업에 선정돼 그 일환으로 지난 5월부터 지역 예술인단체 및 지역주민들이 함께하는 공정관광 프로그램으로 출발했다. 단순 문화재 관람에서 벗어나 관광객과 소통하는 프로그램을 표방하는 만큼 그 이름에도 더할 비(?)와 말씀 담(談) 자를 써 행궁에 이야기를 더하는 사람이라는 뜻은 물론, ‘비주얼 담당’을 의미하는 ‘비담’이라는 뜻을 써 ‘행궁의 얼굴’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재단은 수원예총과의 협업으로 지난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수원연극협회 소속 배우 11명을 섭외했다. 김지수, 박소리, 송민정, 윤성봉, 이상휘, 이숙영, 장계훈, 장지만, 전슬기, 하영원, 황제휘 등으로 구성된 배우 11명은 각자 정조대왕, 춘향이, 이도령, 천방지축 행궁아씨, 꽃거지 각설이, 심봉사, 뺑덕어멈, 수원기생 등을 연기하고자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두 달간 수원예총 회관에서 아카데미 형태로 주 2~3회씩 연습하며 행궁비담을 준비했다. 구체적인 콘셉트 및 시나리오 설정은 재단 측과 예총 측이 꾸준한 대화를 통해 의견을 조율했으며 정조대왕만으로는 익살맞음과 친숙함을 선사하기 힘들다는 생각에 각설이와 춘향이 등 개성넘치는 캐릭터들의 비중을 높였다. 

아울러 서서 관람하는 공연에서 탈피해 관광객과 소통하고 지역 예술인 및 주민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는 종합 퍼포먼스를 지향해 본 공연 이후에는 장기자랑은 물론 수원 이야기를 덧붙인 즉석 토크 콘서트 등을 열어 눈길을 모았다. 7월부터 10월까지 총 40회의 공연 동안 회당 약 300여 명의 관광객이 관람 및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내년도 공연에도 벌써부터 이목이 쏠리고 있다.

메시지에 함몰되지 말자… 민ㆍ관이 협업해 있는 그대로 즐길 수 있어 의미 깊어

“지금까지 민간은 물론 수원예총 차원에서 시에 공헌할 수 있는 콘텐츠가 전무했다는 점에서 이번 행궁비담의 의의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영길 수원예총 회장(56)은 지난 반년간의 <어서와, 행궁비담>의 준비과정과 행사 내용을 말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점을 설명했다. 

이 회장은 인터뷰에 앞서 지금까지 수원예총에서 1년에 한 번 여는 예술인 축제를 제외하면 수원을 위해 해온 이렇다 할 콘텐츠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예술인 축제는 미술협회, 문인협회, 무용협회, 연극협회, 영화인협회 등 10개 지회가 모여 여는 행사지만 수원의 관광객 유치 등 시의 지상과제 해결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이에 예총에서는 수원화성 행궁을 플랫폼 삼아 수원의 관광객 유치에 일조하자는데 재단과 의견을 모았다. 

이 회장은 정조대왕과 심봉사, 각설이 등 캐릭터들의 다양성과 거리 공연이 산만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메시지에 함몰되지 말자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단순히 공연에서 나오는 구절과 행위만 보면 전달의도가 모호해질 수 있지만 내용보다는 형태가 더 중요할 때도 많다”라며 “메시지에 함몰돼 관광객 유치와 수원화성 행궁 홍보라는 대의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단발성 행사로 끝나지 않고 3달 넘게 이어져 기쁘다”라며 “수원 전체를 위해, 예술인들이 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위해서도 행궁비담이 오래오래 이어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내년에는 정약용과 백동수까지… 수원만의 개성 부각은 과제로 꼽혀

행궁비담이 올 한해 이목을 끌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로 평일 공연이 지목된다. 행사 일시는 10월에만 토, 일요일에 진행했으며 7~9월은 금, 토요일에 진행해 눈길을 모았다. 화성행궁 야간개장과 맞물려 평일 야간에도 공연을 선보였는데 평소 유동인구가 많고 저녁에 늦게까지 사람들이 많이 남아있는 화성행궁 광장 특성상 이는 성공적인 전략으로 평가받는다. 아울러 행궁 안에서 한 행사들은 많았지만 밖에서 할 수 있는 행사가 많지 않다는 지적도 한 순간에 불식할 수 있어 의미가 깊다. 또, 화성행궁 인근 카페거리와 부대 시설들도 반사 이익을 누려 내년도에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행사 내적으로는 내년부터 정약용과 백동수 등 수원화성을 대표하는 역사적 인물을 추가해 6월부터 시즌2로 다시 찾아 올 예정이다. 이는 올해 초부터 용인민속촌 등 타 시·군 문화기관을 방문해 모델 설정에 나선데 이어, 퍼포먼스 및 상황극 유도 등에 초점을 맞춘 실무자들의 공이 크다는 평이다. 

다만 수원만의 개성 부각은 올해 해결하지 못했지만 내년에는 꼭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됐다. 화성행궁이라는 플랫폼을 활용한 점을 제외하면 프로그램 내용 및 연출면에서 산만함과 북적함이 하나의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재단 관계자는 “올 한해 첫 행사를 치르며 관광객 유치와 수원 예술인을 향한 기회의 장 제공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게 돼 의미가 깊다”라며 “이번 행사를 통해 얻은 긍정적인 요소는 더욱 부각시키고 아쉬운 요소는 최소화해 내년에도 찾아뵙겠다”라고 말했다.

글_권오탁기자 사진_수원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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